정세균 국무총리.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 하위 70%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안에 대해 “고소득자 환수 조건이 있다면 (최근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전국민 보편 복지를 못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선별 복지안과 절충된 안이라면 충분히 타협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또 비자면제 중단 등 한국인 입국금지 국가에 대한 상호주의 조치를 중국, 일본 등에도 똑같이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긴급재난지원금 전가구 지급 방안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지급한다는 현재 정부안이고 이를 기본으로 추경안도 만들고 있다”면서도 사견을 전제로 “전국민에 보편적으로 지급하되 고소득자는 (나중에) 환수한다 조건이 있다면 못할 이유도 없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정 총리는 “신속성, 행정편의 차원에서는 100%에게 다 주는 게 쉽고 논란의 소지도 적다”며 “나도 원래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섞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재난지원금은 무상급식과 달리 비용이 매우 크다”며 “정치권에서 만약 통일된 의견을 내놓는다면 정부가 지금보다 훨씬 경청할 텐데 지금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각 정치 지도자들이 이리저리 말만 할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재원 마련에 관한 부담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 총리는 “이번엔 정부가 빚을 내는 게 아니고 올해 기존 예산을 절약해서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권 행사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는데 아무리 속도가 중요해도 세출은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세입은 그렇게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오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밝힌 한국인 입국금지 국가에 비자면제·무사증입국 잠정 중단 조치와 관련해서는 “일본, 중국에도 똑같이 적용한다”며 “완전히 국경을 닫는 게 아니고 외교관, 학자, 기업인 등 최소한의 통로는 열어놓으며 개방성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똑같이 입국금지를 한 게 아니므로 상호주의는 아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미 입국자 수가 현격히 줄었으므로 비자 발급을 최소화하고 기존 발급 비자 효력을 정지시키면 진짜 필요한 사람만 들어오기 때문에 입국금지에 맞먹는 효과가 있다”고 반박했다.
9일부터 중3·고3부터 시작하는 온라인 개학에 관해서는 “아이들을 등교시켜 학습권을 보장하는 게 최선이지만 지금은 현실성이 없기 때문에 차선으로 전인미답의 길을 택했다”며 “두려움과 걱정도 크지만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기기·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ICT)와 학생들 간 친밀도를 높이고 교사도 원격 교육을 하는 계기로 만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또 마스크 수급이 안정되는 만큼 향후 마스크를 진단키트와 함께 외교 수단으로 쓰겠다는 계획도 소개했다. 정 총리는 “지난해에는 마스크를 하루 300만장 정도 생산하다가 지금은 1,400만장 정도까지 올라갔고 4월 말쯤 되면 1,500만장까지 생산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국민 불편이 완화되는 수준까지 가면 최근 100여개 국가가 진단키트 협조를 요청하는데 마스크도 국격을 높이는데 외교적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논란이 된 자가격리자 전자손목밴드와 관련해서는 “ICT를 활용한 효율적 자가격리 방안이지만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도 매우 중요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으면 오래 지속도 어렵고 효과도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자가 격리 상태가 금방 끝날 일도 아니라 현재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세종=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