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가 '코로나 사재기' 막았다

■ CJ대한통운 택배 빅데이터 분석
초기 생필품 물량 3배 폭증했지만
안정적 배송으로 소비자들 '안심'
사재기성 주문 3일만에 자취 감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한국은 마트에 화장지와 생수가 넘쳐난다”며 전 세계인들이 한국에 대해 가졌던 궁금증이 풀렸다. 코로나 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병)으로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유독 한국에서만 잠잠했던 이유가 한국의 안정적인 택배시스템 때문이라 것이 수치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사태 초기 반짝 사재기 현상이 한국에서도 진행됐지만 관련 물품이 안정적으로 배송을 시작하자 곧바로 사재기 열풍이 사라져 한국의 택배시스템이 사재기를 막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CJ대한통운(시장 점유율 47.2%)은 코로나 19 확산 시기인 지난 2월1일부터 3월14일까지 자사 택배를 통해 배송된 상품 1억8,000건의 택배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생수와 라면 등 비상물품에 대한 ‘사재기성 주문’이 단 3일(2월 21~23일)간만 ‘반짝’ 진행됐다고 9일 밝혔다. 이 기간은 한국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 시발점이 됐던 신천지 첫 확진자인 31번째 환자가 발생한 직후다.

실제로 CJ대한통운의 택배 빅데이터 분석 결과 코로나 19의 31번 확진자가 발표된 지난 2월 18일 이후 비상물품 관련 온라인 주문량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 19에 대한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2월 23~29일에만 생수와 라면, 통조림 등 비상물품 주문량은 전주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주말 물량이 통상 월요일에 송장 정보로 등록되는 점을 감안하면 31번 확진자 발생 이후 첫 주말인 2월21~23일에 더욱 많은 주문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 보면 통조림은 2월 3주(16~22일) 4만 건에서 4주는 14만 건으로 3배, 라면은 12만 건에서 31만 건으로 두 배 이상 폭증했다. 박스 단위로 배송되는 택배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최소 280만개의 통조림과 930만개의 라면이 배송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러한 사재기 현상은 거짓말처럼 곧바로 자취를 감췄다. 사태 초기 밀려드는 주문으로 인해 배송이 지연되는 일이 발생했지만 곧바로 안정적 배송이 이어지면서 ‘품귀 현상’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2월 4주 전주대비 2.5배 가까이 늘어났던 라면 배송량은 3월 1주(1~7일)와 2주(8~14일)에 각각 39%와 33%의 감소세를 보였다. 2월 4주 2.5배까지 늘었던 생수 역시 각각 41%와 25%씩 줄면서 평상시 수준으로 돌아섰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2월 3주차 주말부터 주문량이 크게 늘었지만 물품 배송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확인한 소비자들이 빠르게 안정감을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에도 오프라인 사재기가 없었고, 비상물품은 줄어드는 대신 일상적인 물품에 대한 온라인 쇼핑이 늘었다는 점은 ‘택배가 사재기를 막았다’는 분석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비상물품 관련 주문을 줄어들었지만 집에 장기간 체류하는 이른바 ‘집콕’ 시대를 맞으면서 ‘언택트(비대면) 소비’ 증가로 전체적인 주문량이 늘어 났음에도 한국의 배송 시스템이 무리 없이 안정적으로 소화하고 있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더욱 맏음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CJ대한통운 택배 기준으로 전체 택배 물량은 3월 첫 주가 가장 많았다. 코로나 19 확산세가 확인된 2월 4주에는 전주 대비 22% 증가한 3,200만개를 기록했고,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본격화 한 3월 첫 주에는 3,300만개까지 늘며 주간 물동량의 정점을 찍었다. 특히 3월 2일은 960만 건으로 국내에서 택배 서비스가 개시된 이후 단일 기업 사상 최대 물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택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직접 확인하면서 택배를 생활기간산업으로 인식하는 국민들도 늘어나고 있다”며 “택배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물류 빅데이터 정보로 세밀한 트렌드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