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이나 상가, 공장 등 비 주거용 부동산에 대해 건물과 토지 가격을 합산해 과세표준을 정하는 공시가격제도 도입이 올해에도 흐지부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주택과 비 주거용 부동산의 공시가 현실화율 형평성 등을 위해 비주거용 부동산 가격 공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권, 정부가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에 집중할 뿐 비 주거용 부동산에 대해선 개혁 의지가 크지 않아 올해 역시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 진척 없는 ‘비주거용 부동산 공시제’ = 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비 주거용 부동산 공시제 도입에 대한 전문가·국민 의견 수렴과 관계기관 협의 등에서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비 주거용 부동산 공시제 도입을 위해 그간 한국감정원, 조세연구원, 지방세연구원 등에 용역을 맡기는 등 작업을 진행해 왔다. 한국감정원은 지난 2009년 시범사업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해 최종 용역보고서를 작성해 국토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관계기관 협의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제도 개선을 추가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구 보고서는 완성됐지만 실제 도입할 지 여부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며 “선진국에서도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해선 공시제도를 갖고 있지 않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비 주거용 부동산 공시제는 지난 2005년 참여정부 시절 조세 형평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도입이 결정됐지만, 평가작업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십여 년간 도입이 미뤄졌었다. 현행 비 주거용 부동산은 토지와 건물을 분리해 각각 가치를 매기는데 주택과 달리 용도와 유형이 다양해 가격 산정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공시가격도 들쭉날쭉하고 현실화율은 심각하게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태다.
◇ 고가 공동주택은 현실화율 80% =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비 주거용 부동산의 현실화율은 46.9%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주택(68.1%)은 물론 표준 단독주택(51.8%)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주택 현실화율을 대폭 올리면서 일부 아파트는 현실화율이 시가의 80%까지 다다른 상황이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 가운데 상당수는 현실화율이 여전히 30~4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시세반영률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비 주거용 부동산은 편법 상속·증여 수단으로 폭넓게 활용돼 왔다. 현실화율이 낮다 보니 상속·증여와 관련 신고액도 실제 가치보다 훨씬 낮은 경우가 다반사였다. 국세청에서는 시가와 차이가 크다고 판단할 경우 감정평가를 다시 하기도 하지만 동일 유형의 거래물건이 없어 탈세라고 판단하기도 쉽지 않았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이와 관련 “비 주거용 부동산 공시제는 조세 형평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상가·오피스텔 소유주가 증액되는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우려가 있다”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침체와 자영업자 붕괴가 심각한 만큼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과세제도 개편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