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위노그라드 AB 선임 이코노미스트
지난달 말 미국 하원을 통과한 역사적 규모의 재정부양책은 최근 경제상황에 즉효약은 아닐지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을 완화하고 사태가 수그러들기 시작할 때 미국 경제의 반등을 보다 수월하게 할 것이다. 특히 이 법안 통과는 미국 의회가 신속하고 역동적으로 행동할 준비가 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미국 의회는 이번 재정부양책에 합의해 점점 고조되는 경제위기에 대한 개입에 나섰다. 이른바 ‘케어스 법안(CARES·Coronavirus Aid, Relief, and Economic Security Act)’으로 불리는 부양책의 규모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 될 수도 있는 수준이다. 워싱턴 정가에서 줄곧 보여온 교착 국면을 감안하면 이번 합의는 괄목할 만한 성과로 보인다. 880쪽에 이르는 법안의 세부사항을 심층 분석하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 법안의 내용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이 법안이 통과됐다는 사실 그 자체다. 위기 전개과정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행동을 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의회는 경제안전망 격차에 대해 합리적 인식을 가진 것 같다. 법안에는 중소기업들이 상환능력을 유지하고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불할 수 있도록 약 3,700억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을 통한 기업 유동성 프로그램 5,000억달러가 포함됐는데 투입 금액은 수조달러에 이를 수 있다. 이외에도 약 750억달러가 항공사처럼 심각한 피해를 당한 산업들을 구제하기 위해 배정됐다. 이러한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조건이 10년 전 은행권 구제금융보다 논란의 여지가 덜하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개인과 가계도 이 법안에 따라 지원을 받게 되며, 특정 소득 기준 이하 계층에는 직접 지급될 예정이다. 실업급여를 4개월 동안 주당 600달러까지 늘리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번 패키지에 포함된 정부 지원이나 이후 통과될 법안들 모두 현재 상황에 대한 즉효약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막대한 규모의 부양책 패키지가 미국 경제를 살릴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금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만만치 않고 광범위한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져 경제가 단기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부양책 덕분에 기업들은 도산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근로자들에게 복귀할 일자리가 남아 있다면 위기가 잦아들었을 때 경제를 다시 가동하기가 훨씬 더 쉬울 것이다. 재정정책은 경제동력이 완전히 동결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게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번 부양책 통과로 의회는 그 역할을 기꺼이 수행할 것임을 보여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