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경제 전반을 쓰나미처럼 흔들면서 향후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이를 주도할 경제사령탑에 대한 주문 사항도 많아지고 있다.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적잖은 역할을 한 이헌재 금융감독원장 같은 강한 리더십이 요구되는 가운데 지금은 정부가 직접 개입해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시장을 존중하며 최대한 채권단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4차 산업혁명 가속화 등 산업구조 개편이 불가피한 만큼 미래 산업에 대한 비전을 갖춘 ‘명의’가 구조조정을 집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로 10여년 만에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최근 위기대응 컨트롤타워에서 적잖은 혼선이 미묘하게 일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자금지원을 철회한 쌍용차에 대해 “채권단 등도 경영정상화를 뒷받침할 부분이 있는지 협의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 위원장 발언 이후 쌍용차 지원의 키를 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마힌드라가 자금압박을 받고 그런 결정(2,300억원 신규 지원 백지화)을 한 게 아닌가 싶어 진위를 파악하고 있다”면서 오는 7월 만기가 돌아오는 쌍용차 대출 900억원에 대해서도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았는데 벌써 하나”라고 말했다.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쌍용차 지원에 다소 방점이 찍혔다면 금융권 실세로 불리는 이 회장은 ‘중립적’ 입장을 표해 온도차를 보인 것이다.
기업들이 연쇄도산 위기에 처하면 어려운 결단들을 해야 할 상황이 속출할 수밖에 없어 일관된 원칙과 리더십은 구조조정에 필수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 전직 고위 경제관료는 이와 관련해 “구조조정의 대원칙으로 ‘시장 원리’를 세우고 기업과 시장이 믿을 수 있는 전문가가 구조조정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때는 기업 대부분이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에 ‘빅딜’이 가능했고 정부도 개입해 조정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이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으로 다변화돼 시장을 무시한 구조조정은 성공할 수 없어서다.
경제정책의 투 톱인 홍남기(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달 경제·금융상황 특별점검회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경제DB
아울러 당국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은행 등 채권단에 충분한 자율성을 부여하고 의견을 존중하라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은행들이 최대 20조원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해 시장 안정에 나서고 있는 만큼 향후 부실기업 구조조정에도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도 만들어진 상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기업이 일시적 타격을 입어 지원을 해야 할지, 아니면 한계기업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지는 은행 등 채권단이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다”며 “기업을 죽이고 살리는 판단은 그것을 가장 잘 진단할 수 있는 ‘의사(채권단)’가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해 조정도 한층 복잡해져 컨트롤타워의 소통 및 조정 능력도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외부의 강제력이 작용한 측면이 있지만 이제는 기업뿐 아니라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고통분담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산업이나 경제의 미래 등을 고려해 기간산업에 속하거나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면 단기적으로 비용이 커도 살리는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정치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려면 미래 비전과 통찰력을 갖춘 사령탑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철·이태규기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