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란 마음으로 지역일꾼 뽑아야죠”

15일 재보궐 지방선거 참여하는 외국인들
55개 선거구서 5,400여명 참여
"한국인 아닌데 투표권, 놀라워
후보 너무 많아 누굴찍나 고민"

우즈베키스탄 출신 무흐토로바 나르기자혼씨.

“처음으로 투표를 하게 돼 정말 설레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 지역을 위해 일을 잘할 후보를 잘 가려 보겠습니다.”

한국으로 시집온 후 처음 지방선거 선거권을 갖게 된 우즈베키스탄인 무흐토로바 나르기자혼(33·전북) 씨는 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후보들 중 누구에게 표를 줘야 할지 고민이 많다”면서도 후보의 당이나 경력보다 지역 발전을 위해 뛸 수 있는 일꾼을 신중하게 선택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나라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국적이 없는 외국인이라도 영주권을 취득한지 3년이 지나면 지방선거에 한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같은 제도는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때부터 도입됐다.


오는 15일에는 국회의원 선거와 동시에 재·보궐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전국 55개 선거구에서 진행되는 이번 선거를 통해 기초단체장 8명, 광역의원 17명, 기초의원 30명이 다시 선출된다. 여기에 참여하는 선거인 수는 총 313만9,093명. 이중 외국인은 0.17%인 5.413명이다.

선거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투표권을 행사하려는 외국인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발전을 위한 누가 더 적합한 지 판단하기 위해 후보들의 공약을 꼼꼼히 살피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에 처음 참여하는 외국인들의 마음가짐은 남다르다. 3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며 얻은 소중한 투표권이기에 신중하게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게 이들의 다짐이다.

일본인 사토 카오리(40·서울) 씨는 “한국에 살면서 외국인으로서 투표를 하게 될 줄 몰랐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투표를 하게 돼 기쁘다”며 “내가 사는 서대문구를 위해 일할 적임자가 누구일지 남편과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하면서 신중하게 후보를 선택해 투표하겠다”고 다짐했다. 베트남인 쩐 티 응옥(29·서울) 씨도 “외국인에게도 투표권을 주는 한국의 선거제도가 놀랍고 또 한국정부에 감사한다”며 “국적은 베트남이지만 투표를 하게 되니 나도 한국인이 된 기분이다. 한국인의 마음으로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 제대로 된 후보를 뽑고 싶다”고 전했다.

몽골 출신 봄바닥터흐 알탕채책씨.

투표 경험이 있는 외국인도 지역일꾼을 찾는 자세에는 변함이 없다. 몽골인 봄바닥터흐 알탕채책(38·울산) 씨는 “한국에 온 후 두 번째 투표를 하는데 정당·후보가 너무 많아 누굴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내가 평소 다니는 울산남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도 선거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여러 이야기를 듣고 우리 지역을 발전시킬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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