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전주시병 후보가 9일 전주역 앞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제21대 총선 전북지역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전주병 지역은 ‘어제의 벗이 오늘의 적이 돼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만났다’로 요약된다. 전주고와 서울대 국사학과 선후배인 김성주(82학번)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정동영(72학번) 민생당 후보는 20대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재대결을 벌이고 있다. 정 후보가 이 지역에서 정치를 시작할 때 김 후보는 물심양면으로 도왔고, 반대로 김 후보가 정계에 입문할 때 정 후보는 든든한 후원자를 자임했지만 동지의 인연은 짧았다. 처음 적으로 맞대결에 나선 20대 총선에서 승리의 주인공은 정 후보였다. 불과 989표차. 24년 정치 베테랑으로 대선 후보까지 지낸 정 후보에 맞선 김 후보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을 거치며 체급을 키웠다. 9일 전주역과 전주 모래내시장 등 전주병 지역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두 후보는 날을 더 바짝 세우고 있었다. 정 후보는 김 후보의 도의원 시절 입찰담합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고, 김 후보는 ‘일관된 길’을 걸어왔다는 점을 들어 정 후보의 잦은 당적 변경을 정조준했다.
이날 김 후보의 전주역 집중유세를 지켜보던 40대 여성은 “김 후보의 ‘집권여당의 강한 힘을 쏟아붓겠다’는 말에 공감을 한다”며 “전주는 문재인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는데도 지역 의원이 다른 정당이다 보니 지역 발전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시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전주로 이전시켰다. 이번 총선 1호 공약도 ‘국제금융도시 전주’다. 그는 “오는 2022년까지 국제금융도시에 대한 청사진을 구체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지지를 호소하는 동안 ‘집권여당의 강한 힘’이라는 가사가 담긴 선거 로고송은 계속 나왔다. 목이 많이 쉰 김 후보는 “끝까지 방심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총선에서 ‘석패’의 여운이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 주요 여론조사 결과 정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캠프 관계자도 “절대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선후보까지 지낸 지역 맹주로서 정 후보를 무시할 수 없다는 긴장감이 캠프 전체에 흘렀다.
전주시병 지역구 후보인 정동영 민생당 의원이 9일 전주 모래내시장에서 지지자들과 손가락하트를 하고 있다.
실제 정 후보에게 보내는 지역 민심은 기대감이 살아 있었다. 전주 모래내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 중인 60대 신모씨는 “전북에서 가장 큰 인물”이라며 “민생당도 결국 민주당 계열로 당보다는 크게 일할 사람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정 후보는 중량감이 높았다. 그 역시 현 정부 이후 ‘민주연합 정권’을 위해 큰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 후보는 “차기 민주연합 정권을 위해서라도 호남 정치의 본산인 민생당이 호남을 사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의 도덕성에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이날 오전에도 일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전북도의회에서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 후보는 “김 후보가 도의원 시절 ‘한누리넷’이 관공서 입찰을 따내기 위해 행한 입찰담합의 정황이 밝혀졌다”며 검찰의 즉각적인 수사를 요구했다. 한누리넷의 대주주는 김 후보다. 정 후보는 “복지는 궁핍한 사람에게 돌아가야 하고 명예는 자격이, 정치권력은 도덕성이 있는 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후보의 의혹 제기에 대해 김 후보 측은 네거티브 방식에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후보는 “‘합리적 의심’이라는 미명 아래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직접 고발을 못하고 있다”며 “분명하게 단정 지을 경우 법적인 책임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맞받았다. 대신 민주당 대선 후보까지 지낸 정 후보가 탈당 이후 무소속·국민의당·민주평화당·민생당으로 옮겨온 이력을 겨냥해 자신은 “일관된 길을 걸어왔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전주)=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