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군인과 탱크가 늘어서고, TV에서는 정부의 대국민 선전이 흘러나온다. ‘민주주의의 실패’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쿠데타의 광경은 요즘도 개발도상국에서 드물지 않게 벌어지곤 한다. 그렇다면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에서도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까.
영국의 정치학 석학이자 신간 ‘쿠데타, 대재앙, 정보권력’의 저자인 데이비드 런시먼의 답은 ‘그렇다’이다. 과거와 같은 폭력적 방식은 아니겠지만, 일부 엘리트집단이 민주주의 제도를 이용해 민의를 왜곡하는 식으로 쿠데타에 성공해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다고 그는 경고한다.
기후변화와 같은 대재앙, 급격한 기술 발전이 낳은 정보권력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기후 변화, 핵전쟁 혹은 네트워크의 붕괴와 같은 대재앙은 민주주의 체제가 기초하는 사회를 무너뜨림으로써 민주주의를 붕괴시킬 수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 IIT 기업들의 등장으로 기술관료들의 역할이 커지면 기술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권력을 쥐는 이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저자는 민주주의의 대안을 찾기 위해 실용주의적 독재체제부터 지식인에 의한 정치를 의미하는 에피스토크라시 등을 다방면으로 검토하지만 하나의 완벽한 대안은 없다. 저자는 “현대 민주주의는 ‘중년의 위기’에 처해있는 것일 뿐, 결국 우리는 민주주의 안에서 사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1만6,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