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격전지]강준현"토박이 일꾼" VS 김병준 "큰 인물 필요"

● 세종을 <강준현-김병준>
'행정수도 세종' 완성 놓고 대결
康 "동네 일꾼 뽑자는 분위기"
金 "잠룡으로 힘·연륜 쏟을 것"

강준현(왼쪽) 더불어민주당, 김병준(오른쪽) 미래통합당 세종을 후보자들이 지난 6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 세종SB플라자에서 열린 고려대와 홍익대 세종캠퍼스 총학생회 주최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후보자 대담회에 참석해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57년 토박이 지역 일꾼(강준현 더불어민주당 후보)’이냐,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의 비전(김병준 미래통합당 후보)’이냐. 충청권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세종을 유권자들은 ‘행정수도 세종’을 완성할 인물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세종을은 보수 세가 강한 농촌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확고한 도심이 병존하는 지역이다. 강 후보는 읍면 지역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한 반면 김 후보는 도심 지역에서 50대50 싸움을 이끌어내기 위한 막판 스퍼트에 나섰다.

4·15총선 사전투표가 시작된 10일 강 후보는 조치원읍 선거사무소로 아침 일찍 향했다. 투표를 마친 강 후보는 곧바로 남리에서 열린 읍면동 교육간담회에 참석한 후 조치원 상가를 방문하는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세종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농촌 지역들이다. 강 후보 관계자는 “도심 지역에서는 지지가 높다 보니 농촌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조치원을 사전투표 장소로 정한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세종은 단일 지역구로 선거를 시행했는데 3개 동(한솔·도담·아름)에서는 민주당이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했고 9개 면에서는 새누리당 지지율이 앞섰다.

농촌 지역을 포섭하는 강 후보의 무기는 ‘지역 밀착력’이다. 세종에서만 57년 산 토박이인 그는 지역에서 ‘강약국네 아들’로 통한다. 그의 부친은 금남면에서 약국을 운영한 강기세 전 충남도의원이다. 강 후보는 유세 중 서울경제와 만나 “연기(세종시의 옛 이름) 어르신들 중 아버지 친구들이 많다. 어르신들은 진보나 보수 개념이 없어 동네 일꾼을 뽑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강준현 세종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15총선 사전투표가 시작된 10일 세종시 조치원읍사무소에서 배우자와 함께 사전 투표를 하고 있다./=강 후보 제공

같은 날 김 후보는 도시 지역 표심 끌어올리기에 총력을 모았다. 그는 그간 읍면 지역 장터 등을 돌며 ‘김병준이 왔다’는 입소문을 퍼트리는 데 주력했다. 도심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온라인 홍보를 통해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가동했다. 유세가 막바지에 이르자 이러한 기조를 전환해 신도시 주민의 삶을 직접 파고드는 유세에 나선 것이다.

신도시 젊은 유권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냉랭했다. 김 후보가 아름동 상가를 돌아다니며 인사하자 상인들은 고개를 까딱하거나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간혹 “사진을 찍지 말라”며 신경질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팬’을 자처하는 이도 있었다. 자신을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라고 소개한 아름동 주민 이상규(이하 가명·41)씨는 김 후보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고 요청했다. 이씨는 “김 후보가 노무현 정부 때 훌륭한 일들을 많이 했다. 당보다는 개인을 택하려고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김 후보는 행정수도 세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큰 인물’이 필요하다고 어필하고 있다. 그는 “내가 당선되면 우리 당에서 세종에 관한 의견은 ‘적극 추진’으로 일원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세종 완성으로 당론이 정리가 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옛날에 했던 얘기들을 하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김 후보는 청와대 정책실장, 문 대통령은 비서실장으로 함께 일했던 인연을 활용한다는 설명이다.

김병준 세종을 미래통합당 후보가 10일 세종 아름동 상가를 방문해 상인들에게 명함을 전달하고 있다./=김 후보 제공

지역 민심은 여당에 힘을 실어주자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김 후보의 ‘인물론’도 먹히는 분위기다. 조치원 주민인 차미영(43)씨는 “둘 다 모르긴 해도 대통령이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를 잘하고 있는 것 같다”며 여당 손을 들어줬다. 출판업계에 근무하는 최병수(58)씨는 “강준현씨는 여기 사람이고 김병준씨는 투표할 때나 얼굴 비친 사람이지만 예산을 끌어올 수 있는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 초선 의원이 끌어올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김 후보가 낫다고 평가했다. 학원 강사인 김권태(46세)씨 역시 “통합당이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높은 위치에 있던 김 후보가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전했다.
/세종=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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