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워치]퇴근길 '불켜진 의원실' 봤다면…국감 예비스타가 열공중

['알아야 산다' 국회의원의 삶]
선거 후 5월 30일부터 임기 시작
상임위서 활약 위해 예습 철저히
국감 특종 노려 몇달간 사전작업
주말엔 지역구 얼굴 비추며 인사
의정활동 4년 '개인 생활은 사치'


‘법률 제정·개정권, 헌법개정안 제안·의결권, 예산안 심의권, 기금심사권, 국정감사·조사권, 헌법기관 구성권, 탄핵소추권, 조약 체결·비준동의권….’

모두 국회의원 한 사람에게 주어진 권한이다. 국회의원은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이다. 입법부터 국정감사·예산심의까지 정부 각 부처들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졌지만 이에 대한 책임과 노력도 따른다. 한 20대 국회의원은 “4년 내내 공부만 하다 제대로 된 활약도 못한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의 가장 본질적인 역할은 입법활동이다. 법률을 제정·개정할 수 있고 폐지할 수도 있다. 국회의원 과반이 동의하면 헌법개정을 제안할 수 있고 재적 3분의2 이상이 동의한다면 헌법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조항을 추가할 수도 있다. 아울러 국민을 대신해 외국과의 조약을 체결하거나 비준할지 결정하는 동의권도 가진다.

1년 나라살림인 예산을 심의하는 것도 국회의 몫이다. 연말이 되면 늘 예산안을 원안 통과시키려는 정부, 그리고 이에 반대하는 야당의 줄다리기가 벌어진다. 또 국회는 결산심사를 통해 정부의 예산집행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기도 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헌법기관장에 대한 ‘탄핵소추권’ 역시 입법부의 막강한 권한이다. 국회는 재적의원 3분의1 이상 발의,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 등 헌법기관장의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의 경우 재적의원 과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한다.


총선이 실시되는 4월부터 새 국회 임기가 시작되는 6월 전까지 당선자들은 ‘열공모드’에 들어간다. 자신이 배정받으려는 상임위원회에서 활약하려면 해당 영역에 대한 사전지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입성한 이들은 한 상임위에 10년 넘게 자리 잡으며 ‘터줏대감’이 되기도 한다. 초선 때 기획재정위원을 맡은 것을 제외하고 4선 내내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교육과학기술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 활동해온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매년 9월은 ‘국정감사 스타’가 되기 위한 경쟁이 불붙는 시기다. 최근 가장 대표적인 국감스타로 떠오른 박용진 민주당 의원을 보면 국감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사학유치원 비리를 터뜨리고 ‘유치원3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그에게 유치원3법은 트레이드마크처럼 국민과 동료 의원들에게 각인된다. 이 같은 ‘특종’을 위해서는 몇달간의 사전작업이 필수다. 특히 국감 시즌 전후인 9~10월의 의원회관은 불이 꺼지지 않는 ‘여의도의 등대’로 불린다. 이때 국회에서는 채 씻지도 못한 보좌진들이 꾀죄죄한 몰골로 국감장을 뛰어다니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국회의원에게는 주말이 없다. 평일에 의정활동으로 챙기지 못했던 지역구 인사를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구 권리당원 경조사는 물론 조기축구회 등 지역 모임에 자주 얼굴을 비추는 의원이야말로 주민에게는 ‘1등 의원’이다.

지역 예산을 얼마냐 따오는지도 지역주민에게는 최대 관심사다. 12월 국회가 열리고 내년도 예산을 심의할 때면 의원들은 자기 지역구에 어떤 사업들이 어느 정도 규모로 들어오는지 눈에 불을 켜고 찾는다. 예산 심의권을 가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위원장과 각 당 예결위 간사들에게 힘이 몰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매년 예산 심의 철에는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 총 3명이 밀실에서 예산을 심의하는 ‘예결위 소소위원회’ 관행이 이어졌다. 이때 각 당 의원들이 이들에게 쪽지를 전달해 자기 지역 예산을 추가하면서 이를 ‘쪽지 예산’이라고 불렀다. 쪽지 예산은 최근 ‘카톡 예산’으로 바뀌는 추세다. 이 예결위 소소위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지만 일부 의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국회의원에게 4년은 다음 4년을 위한 투자다. 열거한 1년 일정 외에도 각종 이해관계자의 민원 청취, 기자들의 취재전화, 당 사무 등을 모두 처리하자면 의원에게 ‘개인생활’은 사치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사회를 개선한다는 사명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국민의 관심은 이들을 움직이는 무한동력이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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