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시지탄(晩時之歎).’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체계 변경 전면 백지화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의 합병 승인의 생사여탈권을 쥔 공정거래위원회가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한 데 따른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번 일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 철회는 했지만 시기가 늦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1일 기존 월정액(8만8,000원) 수수료 체계를 정률제(성사된 주문 매출의 5.8%)로 바꾸면서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배달의민족은 10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의장과 김범준 대표 공동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내고 “오픈서비스 포기에 따라 우선 기술적 역량을 총동원해 가장 이른 시일 내에 이전 방식으로 요금제를 되돌릴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당초 배달의민족은 새로운 요금제인 정률제를 국내 업계 수수료율(13.1%)의 절반에 해당하는 5.8%의 파격적인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입장변화 과정도 비난을 불러일으킨다. 1일 정률제인 새 요금제를 들고 나오며 “절반 이상의 음식점은 배달의민족에 내는 수수료가 줄어들 것”이라면서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6일까지만 해도 배달의민족은 공식 사과와 함께 개선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때까지만 해도 정률제 자체를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소상공인 단체와 정치권까지 나서 새로운 요금체계에 대해 ‘제2의 임대료’라며 거세게 반발하자 이를 이기지 못하고 백지화 카드를 꺼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발적 개편이 아니라 여론 달래기식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치와 매각가 사이의 갭을 요금제 개편으로 만회하려고 했으나 고가 매각가 논란까지 재점화되자 꼬리를 내렸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반대로 일각에서는 배달의민족이 대형 외식업체의 이른바 ‘깃발꽂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선거철을 맞아 정치 논리로 확산돼 본질이 흐려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달앱은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이어서 공공앱 추진 목소리는 배민 입장에서 위협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합병 이후에도 요금제 개편 여지가 남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코로나19로 자영업 여론이 악화되면서 한발 후퇴했지만 합병 이후 소비자 선택권이 더욱 제한된 상황에서는 요금 체계 개편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합병이 가장 큰 관문으로, 공정위에서 촘촘한 심사 카드를 들고 나오자 이를 의식해 입장을 번복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며 “이전 요금체계로 돌아가도 신뢰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