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워치] 출근길 '흥겨운 유세차' 봤다면…3,000만원짜리 공연 본 셈

['튀어야 산다' 선거비용은]
화물차서 선거차로 튜닝 1,600만원
고화질 LED 달면 1,000만원 더 추가
선거운동원 1인당 일당 7만원 지급
선거 후엔 보전 신청하느라 '회계전쟁'
당선땐 환급…10%미만 득표땐 증발


“기호 0번 찍고, 노래 한번 하고~.” 출근길 사거리에 선거유세차와 운동원 다섯 명이 춤을 추는 선거홍보가 일상이다. 흥이 났든 나지 않았든 봤다면 약 3,000만원의 ‘선거 공연’을 관람한 셈이다.

다음 4년간 국민들이 원하는 법을 만들고 정부의 행정을 견제하기 위한 대표를 뽑는 4·15국회의원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전국 253개 지역구(총 300석, 비례대표 47석)에 출마한 후보들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지난 2일 개시된 공식 선거운동에 맞춰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전력질주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국민의당 상징색인 오렌지색 옷을 입고 국토대종주 달리기를,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도 이에 질세라 ‘핑크 자전거’ 국토종단을 하고 있다. 말을 타고 지역구를 도는가 하면 유세차 대신 굴착기를 동원하기도 한다. ‘튀어야 산다’다.

튀는 비용은 얼마일까. 선거비용은 생각보다 비싸다. 흥겨운 유세차는 보통 포터를 쓰는데 임차비용과 적재함을 홍보시설로 바꾸는 이른바 ‘선거 튜닝’ 비용을 포함하면 이번 선거의 경우 약 1,600만원이 든다. 변수는 유기발광다이오드(LED) 모니터다. 유세차 뒤에 고화질, 슬라이드가 가능한 LED를 붙였다면 1,000만원이 바로 추가된다. 흥을 돋우는 선거운동원은 선거관리규칙 59조에 따라 일당이 7만원이다. 10명이면 일일 70만원. 2일부터 선거일인 15일까지 총 13일간 910만원이 든다.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의 얼굴과 번호, 짧은 공약 소개를 담은 현수막이 둘러싼 건물을 봤다면 1,000만원 상당의 미술품을 감상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현수막을 건물 한 면에 붙이는 데 보통 300만원, 네 면을 다 두르면 1,000만원가량 든다. 사실은 더 비싸다. 한 지역구 후보 선거 관련자는 “크레인도 불러야 한다. 보통 일당을 포함해 50만원이 든다”고 밝혔다. 사거리에 거는 현수막도 제작비가 10만원 정도 한다. 최근에는 유튜브 확산으로 영상제작 비용도 든다. 수도권 출마 후보 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1분, 2분, 3분 시간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며 “다른 선거비용에 추가로 돈이 더 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선거사무소 비용도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지역은 A·B·C·D 총 네 개의 군을 묶은 곳들이 있다. 군마다 선거사무소와 직원을 둬야 당선에 유리하다. 임대료와 인건비를 따지면 이 비용도 1,000만원 단위다. 선거용 점퍼는 대략 3만원 수준인데 소속 당과 번호, 후보자 이름 등을 프린트하는 비용이 추가된다. 명함 제작 비용과 선거용 띠 등 사소한 물품까지 세세한 돈은 더 들어간다.

그렇다고 선거비용을 펑펑 쓸 수는 없는 일. 선거법은 상한액을 지역구별 유권자 수에 맞춰 제한한다. 소위 ‘금(金)권선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총선은 ‘1억원+(인구 수×200원)+(읍면동 수×200만원)’. 지역구가 둘 이상인 자치구·시·군의 경우 자치구·시·군이 초과될 때마다 1,500만원을 가산한다. 이 기준에 맞춰 선관위가 발표한 이번 선거의 제한액은 경남 밀양시·의령군·함안군·창녕군이 3억1,800만원으로 최고, 부천시 원미갑이 1억4,300만원으로 최소다.


국회가 헌법상 국민들을 대표해 입법과 정부 견제를 하는 만큼 선거 비용도 세금으로 보전해준다. 예비후보자는 제외고 공식 선거활동 비용만이다. 당선 또는 15% 이상 득표하면 100% 전액, 10~15%를 얻으면 50%를 보전해준다. 10% 미만은 받을 수 없다. 다만 선관위의 제한액을 넘으면 보전받지 못하거니와 세부 지출이 선관위에서 정한 기준에 맞지 않으면 그 비용의 2~5배를 전체 보전액에서 빼는 징벌적 벌칙을 받게 된다. 물론 정치자금법과 선거법을 위반해 당선무효가 되면 선거비용을 전액 반환해야 한다.

돈을 돌려주기 때문에 용처는 엄격히 정해놓았다. △인쇄물 작성 △시설물 제작 △공개장소 연설·대담 △선거사무관계자 수당·실비 △기타 선거운동 관련 등 정해진 지출만 보전해준다. 이마저도 인쇄물은 기획·도안 비용, 운반 비용, 현수막 철거 및 설치 가격도 세세하게 내야 하며 전화는 선거운동에만 쓰는 일반업무용 전화를 설치한 비용만 보전한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보전 신청을 하느라 ‘회계 전쟁’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 돈으로 다 될까. 선거비용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늘 나온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처럼 특정 지역만 도는 선거와 시군 등 몇 개가 붙은 지역구는 유세차 비용과 유류비에서 차이가 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4개 시군구·읍면동리마다 현수막 걸고 사무실 내고 사람 쓰고 관리하는 비용만 얼마냐”며 “법으로 정한 선거비용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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