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지난 해 11월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초청 특강에서 ‘언론의 역할과 시민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권 인사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번 4·15 총선에서 범여권의 180석 가능성을 시사하자 여당 내부에서 경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유 이사장의 발언이 자칫 부동층과 샤이 보수 층을 자극해 막판 표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천 파동 등으로 민심이 여당을 떠나 야당 승리로 이어진 경험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 이사장은 지난 10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민주당에서는 조심스러워 130석 달성에 플러스 알파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너무 (의석 확보를) 많이 한다고 하면 지지층 이탈이 우려되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다”고 여당의 속내를 전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선거 판세가 민주당의 압승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며 “비례 의석을 합쳐서 범진보 180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내에서는 일제히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11일 페이스북 글에서 “느닷없이 180석 논란이 생겼다”며 “우리 쪽과 가깝다고 알려진 논객이 빌미를 줘 버렸다”다고 우려했다. 그는 “보수언론은 바로 오만한 여당을 제기하며 견제 프레임을 작동시키기 위해 총궐기할 것”이라며 “‘과반은 쉽지 않다’고 일관되게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 논객이자 선대위원장이라는 분은 내가 과반 주장을 했다고 사실조차 왜곡하고 있다. 남은 3일 동안 파상공세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안정적 의회권력을 확보하는 일의 중요성, 그리고 그에 대한 절박함은 어느 때보다 크다”며 “지역구 ‘130석+알파’의 크기는 클수록 좋지만 180석 논쟁이 알파의 크기를 축소시킬 위험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어 “모두들 제발 3일만 참아 주셨으면 한다. 대신 위기극복을 위한 ‘(제2의) 금모으기 투표’에만 집중해 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윤건영 민주당 서울 구로구을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현장에서 민심을 보고 듣고 있는 저로서는 이런 말들이 조금 위험하게 보인다”며 “겸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선거는 하루 만에도 민심이 요동친다. 출발선부터 보면 결승선이 거의 다 온 것 같지만 남은 기간 충분히 결과는 바뀔 수 있다”며 “결승선 코앞에서 넘어지는 일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것이 선거”라고 자제를 호소했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도 이날 종로구 구기동 유세에서 “나는 선거가 끝나는 순간까지, 아니 선거 이후에도 늘 겸손하게 임하겠다는 다짐을 여러분에게 드린다”며 “우리 민주당 안에 있는 사람도, 때로는 밖에 있는 분이 더 심하게 선거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곤 한다. 그런 일은 조심하는게 훨씬 낫다”고 지적했다. 이어 “누가 국민의 뜻을 안다고 그렇게 함부로 말할 수 있는가”라며 “이제까지 기자들로부터 수없이 같은 질문을 받았지만 한번도 그에 대해 숫자를 언급하거나 어느 쪽 방향을 말하거나 한 적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국민의 뜻은 늘 준엄하다. 국민 앞에 늘 심판받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임하고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며 “이 말씀을 우리 당원 동지와 지지자들에게 거듭거듭 드린다. 내가 나부터 그렇게 하고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고 말해 유 이사장의 발언을 수습했다.
미래통합당 서울 종로 국회의원 후보인 황교안 총괄선대위원장(오른쪽)과 유승민 의원이 휴일인 12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4·15총선 대국민 호소 유세’에서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도 유시민 이사장의 발언과 관련, “지금 문정권 오만이 극에 달했다. 이번 총선에서 180석을 얻겠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4·15 총선 대국민 호소 집중 유세에 참석해 “정치는 국민이 주인 아닌가. 이 정권에는 국민이 없다”며 유 이사장의 발언과 민주당의 자세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그는 “국민 여러분 표를 자기들이 가져가겠다고 하면 가져갈 수 있나. 국민들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국민이 주실 때까지 겸허하게 엎드려야 한다”며 “180석 얻겠다, 뭐가 되겠다, 국민을 주인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전혀 아니죠? 이런 무도한 정권, 우리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민주당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던 중 자세를 낮춘 자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얼마 전부터 정말 낮은 자세로 국민 앞으로, 국민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제가 몸을 낮추고 자세를 낮출수록 과거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시장 상인들의 그 신발 바닥이 보였고, 우리 근로자들의 헤어진 옷자락이 보여 낮은 곳으로 갈수록 우리 국민들이 보였다”고 말했다.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 역시 “이번에 미래통합당, 저희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시고 민주당을 지지해서 저 민주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하면 앞으로 국민들은 정말 겪어보지 못한 ‘문재인 독재’가 시작된다“며 ”이 독재, 우리가 막도록 미래통합당에게 기회를 주시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번에 미래통합당, 저희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시고 민주당을 지지해서 저 민주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하면 앞으로 국민들은 정말 겪어보지 못한 ‘문재인 독재’가 시작된다“며 ”이 독재, 우리가 막도록 미래통합당에게 기회를 주시라“고 호소했다./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