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소주성으로 경제체력 이미 약화…정책기조 전환해 위기 극복해야"

■'경제위기 차이점' 보고서
1930년대 대공황 상황과 비슷
당시 美정책 '타산지석' 삼아야
日·英 등과도 통화스와프 필요


우리나라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는 피해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 체력이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크게 떨어져 있는 상태여서 V자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2일 ‘주요 경제위기와 현재 위기의 차이점과 향후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에도 경제상황의 ‘V자 반등’은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위기 이전 우리나라 경제는 이미 기초체력이 약화돼 올해 1%대 성장이 예측되는 상황이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경제 체력이 소득주도성장 정책 탓에 크게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실질성장률에서 잠재성장률을 뺀 ‘실제 GDP 차이’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이미 -2.1%포인트까지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성장률로 반영되면 올해 실제 GDP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조경엽 한경연 경제연구실 실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에서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며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현금성 복지 확대로 대변되는 소득주도성장으로 인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 하락 폭은 점차 커지고 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위기 없이도 이미 올해 1%대 성장이 예견됐기 때문에 획기적 정책전환 없이는 현재의 감염위기 상황이 종식된다 하더라도 심각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회복이 더딜 것으로 보는 또 다른 이유로 금융시장 변동성을 꼽았다. 주식시장의 경우 실물경제의 호전 없이는 하향 추세를 벗어나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주식시장의 장기침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수출부진 장기화로 경상수지 적자가 쌓이고 경제 기초체력 약화가 지속돼 자본유출이 확대될 경우 외국투자가들의 심리적 불안이 증폭돼 환율이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경제위기 장기화에 대비해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확대는 물론 일본·영국·스위스 등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고서는 현재의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1930년대 대공황 초기의 미국과 비슷하다며 당시 미국 정부의 정책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경연은 미국은 대공황 초기인 1933년 국가산업진흥법을 제정해 최저임금제 도입, 최대 노동시간(주 40시간), 생산량 제한 등의 정책을 시행해 오히려 경제위기가 악화됐고 회복시간도 지연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코로나19의 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극복하려면 최저임금 인상 등을 중심으로 한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를 바꾸고 재정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재정 재구조화를 통한 재정 여력 확보 및 효율적 운용을 통한 재정 생산성 향상을 주문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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