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사상 첫 증권사 직접 대출

이르면 이번주 규모·조건 등 발표
담보비율 제한, 신용위험 줄일듯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리스크에 대비해 사상 처음 증권사에 대한 대출에 나선다. 한은의 증권사 대출은 회사채를 담보로 한 첫 유동성 공급이어서 증시와 채권시장에 동시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한은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한은은 증권사 등 비은행권을 상대로 한 긴급대출 프로그램 초안을 정부 측과 공유한 뒤 의견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 한은법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영리기업에 대한 대출을 의결하기 전 정부 의견을 먼저 듣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9일 금통위 회의 후 “증권사에 대해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제도를 한시적으로 실시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한은과 정부 실무자 선의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은 금통위원 4명의 임기가 이달 20일 종료돼 이번 주중 임시 금통위를 개최해 대출 규모 및 기간, 조건 등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총재가 직접 검토를 지시한 제2금융권 비상대출 프로그램은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증권사 등에 한은이 자금을 직접 대출해주는 것이다. 회사채의 발행 및 유통에 관여하는 증권사가 주요 대상이다.

일반 증권사를 상대로 한은이 대출을 해주는 것은 처음으로 외환위기 시절인 1997년 12월 한은법 제80조를 발동했을 때도 공적 역할을 맡은 한국증권금융에 2조원을 대출하는 데 그쳤다. 한은이 대출을 담보로 회사채를 받아주는 것 역시 처음이다. 한은은 은행에 대한 대출에도 국채와 정부보증채, 산업금융채권, 중소기업금융채권, 수출입금융채권, 주택저당증권(MBS) 등만 담보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신용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담보채권을 AA 이상 우량 신용등급으로 한정하고, 담보인정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생결합상품 마진 콜과 부동산PF 관련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매입 문제로 일부 증권사들의 유동성 우려가 높았는데 한은 대출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게 되면 점차 단기자금 시장이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