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유턴...韓 문턱 여전, 日은 비용 절반 보조

日, 中企 유턴 땐 3분의2 지원
'서플라이 체인 강화' 대책 적극
韓도 '협력형 유턴' 지원하지만
인정기준 규제 완화 등 포함안돼
법인세 감면혜택 기간도 줄어


제조업의 글로벌 공급망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극심한 혼란에 빠지면서 각국이 해외 진출 기업을 불러들이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최근 국내 복귀를 원하는 대기업에 비용의 절반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파격적 대책을 제시했다. 한국 정부도 기업 유턴 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대기업과 수도권 규제는 풀지 못하고 한계를 보여 일본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정부도 기업 유턴의 시급성을 인지하는 만큼 보다 과감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는 최근 발표한 코로나 19 긴급경제대책에 ‘서플라이 체인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리쇼어링 대책을 포함했다. 중국을 시작으로 지난달 미국과 유럽연합(EU)까지 코로나 19가 확산돼 일본 기업들의 해외 공장 중 절반 이상이 가동을 잇따라 중단하자 서둘러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해외에 진출한 제품 및 부품·소재 기업이 생산공장 중 일부를 일본으로 옮길 경우 대기업은 비용의 절반, 중소기업은 3분의 2를 보조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이 아세안 국가로 생산설비를 다변화할 경우에도 대기업 1/2, 중기 2/3의 보조율은 유지된다. 특히 마스크와 소독액, 방호복 등 방역 물품과 의약품처럼 코로나 19로 물량 확보가 급해진 품목은 일본 내 공장에 대한 지원을 최대 75%까지 늘리는 방식으로 리쇼어링을 유도한다.


일본측 대책 중 눈에 띄는 대목은 대기업에도 전폭적인 리쇼어링 지원을 하는 점이다. 이는 일본이 해외 진출한 대기업들을 국내로 유턴시켜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누린 경험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토요타(2015년)를 비롯해 닛산(2017년), 혼다(2018년), 캐논(2019년) 등 대기업이 잇따라 복귀해 일자리와 투자를 늘렸던 것이 코로나 19 대책에도 녹아들었다는 평가다.

반면 정부는 대기업을 끌어들일 인센티브 마련에 여전히 소극적인 상황이다. 산업부는 이번 코로나 19 대책에 유턴 활성화 방안을 담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시에 복귀하는 ‘협력형 유턴’ 제도를 도입해 보조금 지급 및 설비 자동화 지원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유턴 기업이 국내 사업장을 새로 짓거나 창업할 때만 주던 법인세 혜택(5년간 전액, 이후 2년 간 50% 감면)이 국내 사업장 증설 시에도 적용된다.

그러나 유턴 인정기준 완화 등 기업들이 적극 요구해 온 사항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해외 사업장 감축 기준을 25%로 설정하고 있는데 기업들은 “감축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국내에 돌아가고 싶어도 해외 다른 지역을 우선 검토하게 된다”고 주장해 왔다.

또 해외 공장을 일부 축소한 뒤 지역이 아닌 수도권으로 유턴하면 법인세 전액 감면 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줄어드는 등 수도권 유턴 ‘차별’도 여전하다. 일본은 수도권 규제를 지난 2002년 일찌감치 폐지한 바 있다. 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리쇼어링 정책에 중소·중견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을 적극 포함하고 세제 혜택도 파격적으로 줘야 코로나19 이후 실업대란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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