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금융권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통 분담에 나선 가운데 취임 100일을 맞은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12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로 중소기업의 여신 건전성이 악화할 소지가 커졌고 순이자마진(NIM) 하락으로 은행의 경영상 부담도 확대되고 있다”며 “비상경영체제하에 코로나19 사태가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발 빠르게 마련하고 현장 상황을 직접 점검하는 등 총력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윤 행장은 코로나19 피해 중기와 소상공인의 유동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 연초 경영 목표를 발 빠르게 수정했다. 중소기업 대출공급 목표는 기존 49조원에서 59조원으로 10조원 이상 늘렸고 소상공인 초저금리 특별대출 지원 한도도 1조2,000억원에서 5조8,000억원으로 5배가량 확대했다. 코로나19로 대면 영업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감안해 기업고객 신규 유치 목표치를 감축하는 등 핵심성과지표(KPI)를 과감하게 조정하며 임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했다.
임명 직후부터 출근 저지 투쟁과 노동청 고발 등으로 노조와 갈등을 겪은 윤 행장은 건설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노사 합의안에 포함된 노조추천이사제와 희망퇴직제도의 경우 노사가 개선방안과 운영방식을 두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요구해온 임금피크제 대상자 축소 역시 개선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현재의 희망퇴직제도가 유지되면 기은의 임금피크 인력은 지난해 말 530명에서 내년에는 1,041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윤 행장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 행장은 “지금의 희망퇴직제도는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다 보니 보상수준이 너무 낮고 실효성이 없어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국책은행 노사가 적절한 보상 수준을 논의하고 이 협의를 바탕으로 정부와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행장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사 영입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인사청탁·줄서기 등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끊어내기 위해서다. 그는 IBK투자증권 사장으로 외부 전문가를 선임한 것과 관련, “회사 특성에 따라 외부 공모와 내부 출신 기용방식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며 “IBK투자증권의 경우 증권업무에 전문성이 높은 CEO가 회사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IBK캐피탈과 IBK시스템의 경우 은행과의 업무 연관성 등을 감안해 내부 출신을 CEO로 선임했다”며 “상반기 인사는 성과와 실력에 따라 공평한 승진기회를 부여하고 인사 포용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은행의 건전성 악화, 주가 하락 등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윤 행장은 소상공인 지원과 함께 취임 일성으로 밝힌 혁신금융과 바른 경영에도 집중해 기은을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되새겼다. 그는 “코로나 대응으로 혁신금융 관련 사업이 지연되고 있지만 창업·벤처 기업 지원 등 혁신 과제들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윤종원 IBK기업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