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둘 타이거 우즈와 그날 밤의 샌드위치

11월로 미뤄진 ‘4월의 클래식’ 마스터스
美 매체들, 전설의 시작 ‘1997 마스터스’ 소환
1R 전반 4오버·후반 6언더 대반전 뒤 우승까지
첫날 친구들과 먹은 ‘비프&체다’ 매일 밤 루틴 삼아

타이거 우즈가 1997년 마스터스에서 뒤쪽의 갤러리들과 함께 아이언 샷을 눈으로 쫓고 있다. 우즈는 마스터스 역사상 첫 흑인 우승자가 됐다. /출처=PGA 투어

닉 팔도(왼쪽)가 입혀주는 그린재킷을 걸치며 미소 짓는 타이거 우즈. /출처=골프닷컴

비프&체다 샌드위치. /출처=아비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13일(한국시간)은 최고 메이저 골프대회 마스터스의 2020년 대회가 끝나는 날이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무서운 확산세에 대회장인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11월에나 팬들에게 문을 열 예정이다. 연기된 ‘4월의 클래식’을 아쉬워하며 현지 매체들은 역대 마스터스의 영웅들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그중 최고 단골손님은 역시 마스터스 5회 우승을 자랑하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5·미국)다. 특히 우즈가 프로 데뷔 후 처음 메이저 타이틀을 따냈던 1997년 마스터스를 회상하는 매체와 팬들이 많다.

스탠퍼드대를 중퇴하고 프로로 전향한 우즈는 미 골프계의 큰 기대 속에 1997 마스터스에 나섰다. 코스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영건이었지만 코스 밖에서는 친구 좋아하고 먹성 좋은 스물두 살의 평범한 청년이었다.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집을 빌린 우즈는 가족·친구들과 함께 머물며 추억을 쌓았다. 코스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골프 생각은 잊고 농구·탁구·비디오게임을 즐겼다. 우즈는 2017년 발간된 자서전 ‘1997 마스터스: 마이 스토리’에서 “대회 기간에 스스로 압박을 주지 않기 위해서 골프장 밖에서는 일부러 골프와 관련 없는 일들을 하면서 머리를 식혔다”고 밝혔다.


밤마다 햄버거 가게를 ‘터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우즈는 1라운드에 2언더파 70타를 쳐 선두에 3타 뒤진 단독 4위에 올랐다. 전반 9홀에 4오버파에 그쳤으나 후반 9홀에 6언더파를 몰아쳤다. 센세이셔널한 출발이었다. 그날 밤 우즈는 친구들과 함께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아비스’로 차를 몰고가 비프&체다 샌드위치로 배를 채웠다. 현재 4~5달러에 판매되고 있는 메뉴다. 그 다음날도, 그다음 다음날도 우즈는 밤마다 같은 곳을 찾아 같은 메뉴를 먹었다. 대회 기간 내내 아비스에서 똑같은 음식을 즐겼다. 우즈는 “첫날의 느낌을 계속 이어가고 싶었다. 음식의 맛은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1라운드 이후 자연스럽게 루틴이 됐다”고 과거 USA투데이 인터뷰를 통해 돌아봤다.

우즈는 2라운드에 66타, 3라운드 65타, 마지막 날 69타를 쳐 마스터스 역사상 첫 흑인 우승자가 됐다. 2라운드에 선두로 올라선 뒤 그대로 우승까지 내달렸다. 최종 스코어는 18언더파 270타. 마지막 날 2위 톰 카이트(미국)와 무려 12타 차이가 났다. 마스터스 72홀 최소타, 대회 최연소 우승 등 숱한 기록들이 쓰였다. 당시 매일 밤 우즈와 친구들이 앉았던 햄버거 가게의 그 테이블은 골프팬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우즈는 지난해 4월 다섯 번째 그린재킷을 입었다. 잭 니클라우스(미국)의 6회 우승에 1승 차로 다가선 가운데 11월의 오거스타를 기다리고 있다. 4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기름기가 전혀 없는 고기와 과일·견과류로 식단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는 우즈는 가끔은 비프&체다 샌드위치 같은 ‘소울푸드’를 그리워한다고 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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