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추가 고용대책으로 특수고용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한다. 특고종사자들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고용보험의 틀에서 제외돼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재계는 고용보험 가입이 허용될 경우 특고종사자들의 ‘근로자성’ 인정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플랫폼 종사자의 노조 설립 등과 맞물려 근로자성 논란이 불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2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총선이 끝나고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특고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확대하기 위한 ‘고용보험법 개정안’ 통과를 주요 입법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할 예정이다. 특고종사자 고용보험 적용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약이기도 하다. 고용부는 2018년부터 관련 입법을 추진했지만 미래통합당 등 야당의 반대로 논의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특고종사자는 학습지 교사와 택배운송업 종사자처럼 하나의 회사에서 일하는 전속성이 있어 사실상 근로자로 볼 수 있지만 근로계약이 아닌 사업자등록을 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을 뜻한다. 현행 고용보험법으로는 특고종사자가 자영업자로 분류돼 고용보험료를 100%로 부담해야 하고, 근로자와는 달리 의무 가입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학습지 교사·대리운전기사 등 임금을 성과에 연동해 받아온 서비스업계 특고종사자들은 코로나19로 수입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황에서 구직급여의 혜택도 볼 수 없다며 고용보험법 개정을 요구해왔다.
고용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타격을 받는 사람들은 서비스업 중심의 특고종사자인데 고용보험에서 배제돼있다”며 “현재 지역고용대책 사업을 통해 중앙정부의 예산을 지자체에 내려 대응하고 있는데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고용부의 코로나19 주요 대책인 고용유지지원금은 고용보험기금 사업으로, 특고종사자는 적용을 받지 못한다.
고용부가 내놓을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지난 2018년 발표된 안과 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택사항인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현재 특고종사자가 모두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를 사용자와 절반씩 부담하되 △구체적 업종은 전속성 등을 따져 고용보험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방식이다.
개정안이 재추진될 경우 재계의 거센 반발은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고용보험기금 재원문제가 관건이다. 특고종사자는 일반 근로자와 달리 이직이 잦아 구직급여 수혜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예산 추이를 서울경제가 재가공해 분석한 결과 특고·예술인의 실업급여 의무가입 시 지출은 2021년 1,542억 원에서 2023년 2,751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는 47만7,000명을 기준으로 산출한 것으로, 특고종사자가 250만명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는 만큼 지출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계는 특고종사자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노동 3권 보장 등 법적 지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우려한다. 고용보험요율을 사용자와 분담하는 과정에서 전속성 등을 따져야 하는데 이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판단하는 과정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고용보험 적용이 강제되면 이들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논란이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고종사자는 근로자와 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다.
‘플랫폼종사자’의 근로자성 논란과 맞물릴 가능성도 높다. ‘타다’ 기사들로 구성된 타다 비대위는 지난 3일 서울시에 노조설립을 신청했다. 이들은 설립 필증을 받은 후 배달플랫폼 노조인 라이더유니온과 ‘플랫폼유니온’을 결성할 계획이다. 플랫폼종사자의 노조 설립이 본격화할 경우 향후 특고종사자들과 연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