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4·15 총선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박카스’를 비롯한 드링크 음료가 4년 만에 찾아온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른바 ‘박카스 특수’는 드링크 음료가 피로회복에 좋다는 인식 때문에 선거운동원의 소비가 늘면서 선거철마다 매출이 급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과거에 비해 선거운동 규모가 크게 줄었지만 이달 초부터 주요 상권과 지하철역 등에서 집중 유세가 펼쳐지면서 인근 점포를 위주로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은 물론 부산과 대구 등 여야 후보가 불꽃 튀는 유세전을 펼치고 있는 주요 격전지를 중심으로 더 가파른 매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2일 편의점 CU에 따르면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 간 드링크 음료(박카스·비타500 등)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18.2% 상승했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판매가 급상승하는 탄산음료의 매출이 같은 기간 7.6% 오른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캔커피(8.7%)와 가공유(7.4%) 등 다른 주요 음료들도 이 기간 한자릿수 신장률이 그쳤다.
선거철 드링크 음료 매출이 높아지는 것은 전국적으로 투입되는 선거운동원들에 의한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보통 수십명씩 함께 다니는 선거운동원들은 체력 소진이 커 물보다 자양강장제를 더 선호한다. 실제 이번 4·15 선거운동 기간에 드링크 음료의 낱개 병의 매출은 15%에 그친 반면 10개가 들어있는 박스 매출은 36%의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사무소 관계자나 방문자에게 3,000원 이하의 다과·떡·김밥·음료 등을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약국과 편의점에서 병당 600~800원대에 팔리는 박카스는 선거사무소의 단골 메뉴로 자리잡은 상태다.
실제 선거철 드링크 매출 증가는 매 선거철마다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6년 4·13 총선 선거운동 기간 동아제약의 박카스 매출은 전년 대비 56.9% 급증해 이 기간 전체 드링크 매출 상승(33.5%)을 이끌었다. 2017년 대통령 선거 때도 드링크 음료 매출은 30.2% 신장한 바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선거운동 규모가 줄어 이전만큼 큰 폭의 상승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지역과 정치 열기가 뜨거운 곳을 중심으로 ‘박카스 특수’가 이어졌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 가장 높은 매출 상승을 기록한 지역은 대구와 부산으로 각각 전월 대비 29.1%, 25.7% 증가했다. 대구와 부산은 유권자의 정치 관심도가 대단히 높은 지역으로 거물급 정치인이 대거 출마해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중진들의 대결로 주목받는 대구 수성갑(민주당 김부겸 대 통합당 주호영)과 부산 부산진갑(민주당 김영춘 대 통합당 서병수) 등은 오차범위 내 접전이 예상돼 주말에도 대규모 선거운동이 벌어졌다.
이밖에 경북(24.5%)과 전북(21.4%)에서도 드링크 음료 판매가 높게 나타났다. 강원과 전남이 각각 19.5%, 11.3% 증가해 뒤를 이었으며 수도권인 경기도와 서울은 각 10.6%, 8.7% 신장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던 세종(66.4%)은 이번에는 7.9% 증가에 그쳤다.
CU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개강 연기, 재택 근무 등 악재 속에서도 총선의 영향으로 관련 상품들이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