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꽃 소비가 급감하면서 네덜란드의 상징인 튤립을 재배하는 화훼농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알스미어 지역에 있는 네덜란드 최대 꽃시장에서 튤립 한 송이 값이 계속 내려가다 못해 ‘0원’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의 화훼기업인 로열 플로라 홀랜드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약 4억송이에 달하는 튤립이 폐기됐다. 이 업체 관계자는 “튤립 수요가 한창 많을 때 바이러스가 강타했다”면서 “본격적인 튤립 철이 시작된 지 4주가 지났는데 총거래량은 작년보다 50% 줄었다”고 푸념했다.


네덜란드의 주요 화훼 수출 기업인 바렌젠도 주요 고객이었던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의 꽃집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계절 수익의 90%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에서 가업으로 화훼 사업을 운영해 온 프랑크 아위텐보하르트는 올해 튤립 20만 송이를 폐기 처분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 7월부터 구근을 땅에 심고, 10월까지 적절한 환경에서 재배한 뒤 온실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면서 정성 들여 키운 튤립을 없애는 과정을 지켜볼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NYT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꽃집이 문을 닫았고, 봉쇄령으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데다 꽃 소비가 이뤄지는 각종 행사도 잇따라 취소됐다고 전했다. 특히 3월에서 5월은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과 부활절(올해 4월 12일), 어머니의 날(5월 둘째 주 일요일)이 몰려있어 네덜란드 내 꽃 거래량이 가장 많은 시기다. 이 기간에만 76억달러(약 9조2,0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연간 수백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네덜란드의 쿠켄호프 꽃축제 역시 취소됐다. 주최 측은 정부 지침에 따라 개장 예정일이었던 지난달 21일부터 폐장일인 5월 10일까지 축제가 열리는 공원을 폐쇄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