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웃었던 반도체 2분기엔 꺾일수도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보고서]
스마트폰 등 세트업체 재고 증가
매출 성장률 예상치 8%→-4%
사태 지속땐 12% 감소 전망까지


반도체 업계가 지난 1·4 분기에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올렸지만 올 2·4분기부터 실적이 급격히 꺾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향이 2·4분기에 본격 반영될 예정인데다 시장조사기관들도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후 실적 예상치를 급격히 떨어트리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는 올 1·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103억4,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애플을 비롯해 AMD·퀄컴·하이실리콘 등이 위탁한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중앙처리장치(CPU) 물량 덕분이다. 서버와 PC용 CPU를 직접 생산하는 인텔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보기술(IT) 업체가 TSMC에 반도체 생산을 위탁한다는 점에서 비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매출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005930) 또한 1·4분기 매출이 5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조4,000억원으로 2.7% 늘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2·4분기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은 지난달 말부터 반도체 시장 매출이 급락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가트너는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시장 매출 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12.5%에서 -0.9%로 낮췄다. 가트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가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D램 시장 매출 또한 모바일용 D램 수요 감소가 서버용 D램 수요 증가분을 크게 상쇄하며 2.4%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IC인사이츠는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시장 매출 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8%에서 -4%로 낮췄다. IDC는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9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반도체 업계 매출이 전년 대비 12%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등 세트 업체의 재고 증가 및 제품 수요 감소로 2·4분기에는 반도체 수요 급감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트렌드포스는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예상치와 비교해 1·4분기에 TV(-8.6%), 노트북(-20.3%), 스마트폰(-10.7%) 등 주요 제품의 매출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업체들은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수요 급증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이 80%가량을 차지하는 D램이 아닌 4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낸드플래시의 매출 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지난해 445억달러 규모로 D램(624억달러) 시장의 3분의2 수준에 불과하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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