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서울경제DB
회사가 사업장 내부규칙인 취업규칙을 고쳐 상여금을 폐지했다 해도 개별 노동자 중 이에 동의하지 않은 이에겐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왔다. 취업규칙을 적법하게 고쳤다 해도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하기 때문에 종전 내용을 근로계약서에 동일하게 기재했다면 취업규칙을 근거로 노동자의 처우를 불리하게 바꿀 수 없다는 취지다. 이 같은 판례를 적용한 판결은 한 레저 업체가 취업규칙을 변경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으나 이를 거부한 개별 노동자에겐 적용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결한 작년 12월부터 계속 나오는 추세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업체인 금강산업 소속인 A씨와 고강산업 소속 B씨가 청구한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취업규칙이 바뀌면서 받지 못했던 상여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금강산업과 고강산업은 근로계약을 통해 연 550%의 상여금을 지급해 왔지만 2016년 7월 저조한 업황 때문에 취업규칙을 변경해 이를 400%로 삭감했다. 이 과정서 설명회를 열고 노동자 동의를 받는 등 절차는 적법하게 거쳤다. 또한 2017년 12월에는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재차 취업규칙을 고쳐 기본급을 올리는 대신 연간 상여금을 400%에서 0%로 삭감했다. A씨와 B씨는 두 차례 모두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하지 않고 근로계약서에 상여금 550% 지급이 명시돼 있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모두 노동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근로계약서에 노동자 측에 유리한 내용이 적혀 있다면 불이익하게 변경된 취업규칙보다 우선한다는 판례를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어떠한 근로조건에 관해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이 각기 다르게 정하고 있다면,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보다 유리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근로계약이 우선 적용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후 취업규칙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됐다고 해도 해당 근로자가 동의하지 않은 한 해당 근로자의 기존 근로계약이 취업규칙이 정한 대로 당연히 변경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판결은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