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한화솔루션(009830)(AA-)이 투자수요 모집에 실패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수요예측 참여 여부에 기관들의 투자심리가 따라 움직이면서 회사채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이날 2,1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800억원의 자금을 모으는 데 그쳤다. 산업은행과 우정사업본부가 구원투수로 등판했으나 시장의 얼어붙은 투심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반면 같은 날 롯데칠성음료(AA)에는 채안펀드 자금 600억원을 비롯해 총 3,200억원의 투자수요가 몰렸다.
정부가 조성한 채안펀드는 ‘AA-’ 등급 이상 우량 회사채만 매입한다. 발행물량의 최대 50%까지 담을 수 있다. 한화솔루션의 신용등급은 ‘AA-’지만 채안펀드의 매입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부정적’ 전망이 붙어 있어 조만간 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채안펀드 운용사인 한투운용과 삼성운용은 이날 오전까지도 한화솔루션 매입 여부를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당초 AA-급 이상이 지원 대상이지만 매입 여부와 규모 등 세부적인 내용은 운용사 자율에 맡겼다”며 “펀드 성과에 대해서는 운용매니저들이 책임을 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의 미매각을 두고 시장에서는 채안펀드 ‘무용론’도 생기고 있다. 정책자금 집행 여부가 불투명하자 대다수 기관에서는 일찌감치 한화솔루션의 수요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발을 뺐다. ‘평판’이 중요한 회사채시장에서 미매각은 곧 가격 하락(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짙어지면서 기관들이 투자 집행을 꺼리는 분위기”라며 “채안펀드가 들어오지 않으니 다른 기관들도 못 들어오면서 당초 취지와 달리 오히려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채안펀드가 한화솔루션 수요예측에 불참하자 투자를 검토하던 다른 기관들도 계획을 접었다.
한편 같은 날 회사채시장에 처음으로 데뷔한 현대오트론은 자력으로 수요 확보에 성공했다. 특히 금리 밴드 상단을 최대 40bp(1bp=0.01%포인트)까지 확대한 5년물에는 5배 넘는 자금이 쏟아졌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채시장 첫 데뷔인 만큼 희귀성도 있고 금리도 좋았다”며 “당분간 우량채권 위주의 발행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