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벌진트 인스타그램
텔레그램 ‘n번방’ 관련자의 사망 사건에 대해 “기쁘다”고 표현한 가수 버벌진트의 발언을 두고 네티즌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텔레그램 ‘n번방’은 성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해 온 대표적 해외 메신저 가운데 하나다.
13일 버벌진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n번방’ 회원인 20대 남성이 사망했다는 ‘‘n번방 음란물 가지고 있다’ 음독 후 자수한 20대 끝내 숨져’라는 기사를 공유하며 “기쁘다. 몇 명 더 사망하면 기념곡 냅니다. 신상공개도 갑시다”라고 적었다.
해당 사건은 앞서 지난달 24일 독극물을 마신 뒤 전남 여수경찰서를 찾아가 “n번방 사진을 가지고 있다”며 자수한 28세 A씨의 사망 사고다. A씨는 음독 후 광주 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퇴원했으나, 17일 만에 결국 인천시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망한 A씨 주변에 그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가 함께 있었던 점, 몸에서 외상 등 타살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점 등으로 미뤄 사인을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의 의뢰할 예정”이라며 “유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사망한 A씨의 휴대전화에는 실제로 아동 성 착취물 등 340여장의 사진이 저장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경찰서에 자수할 당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구속)이 검거되면서 n번방 사건 관련 음란물 소지자 처벌을 촉구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불안했다”며 자수 동기를 밝히기도 했다.
/버벌진트 트위터 캡쳐
‘n번방’ 사건이 일반 음란물 공유가 아닌, 미성년자 및 사회초년생들의 성착취물 제작·유포 사건인 만큼 전 국민의 충격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 사람의 극단적 선택을 ‘기쁘다’고 한 버벌진트의 발언에 네티즌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n번방’ 사건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사람의 죽음을 두고 “기쁘다”고 말한는 것은 경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그래도 사람이 죽었는데 기쁘다는 말은 너무하다”,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나았을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버벌진트의 음주운전 전력을 언급하며 n번방 사건에 대해 지적할 자격이 없다고 꼬집는 네티즌도 등장했다. 한 네티즌은 버벌진트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음주운전을 언급하며 비판하는 댓글을 남겼고, 그는 “안 해요”라고 웃는 표정의 이모티콘과 함께 답글을 남겼다.
반면 또 다른 일각에서는 버벌진트의 발언이 솔직하고 소신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네티즌들은 “소신발언 존경한다”, “n번방과 관련해 용기 있는 발언 감사하다”, “기념곡 기대된다”, “버벌진트 욕할 시간에 n번방 사건에 관심을 좀 더 가져달라” 등의 댓글을 달며 버벌진트를 응원하고 있다.
버벌진트는 1999년 ‘빅 브레그’를 발표하며 데뷔, ‘좋아보여’, ‘충분히 예뻐’ 등의 곡으로 유명세를 탔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이후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힙합 레이블 아더사이드를 운영하고 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