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트론 흥행에 힘입어 A급 기업인 풍산(103140)도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혹시 모를 미매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발행 물량을 줄이고 희망금리밴드 상단을 크게 늘렸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풍산은 이날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5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을 본격화했다. 수요예측일은 오는 17일이다.
이달 만기도래하는 물량은 1,000억원 규모지만 수요 확보가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500억원으로 줄였다. 나머지 물량은 현금으로 상환할 예정이다. 전날 회사채 공모시장에서는 현대오트론이 500억원 모집에 1,43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증권사 리테일 창구에서 팔려나갔다”며 “첫 발행이라 희귀성도 있고 현대차그룹이라는 점에서 안정성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시장이 얼어붙은 만큼 미매각을 우려해 주관사와 인수단을 대거 포함시켜 개별 물량을 줄였다. 대표주관사인 KB증권과 SK증권이 각각 100억원어치를 가져가고 나머지 증권사 6곳에서 50억원씩을 인수한다. 금리밴드도 상단을 70bp(1bp=0.01%포인트)까지 확대해 투자 수요를 최대한 확보하기로 했다. 만기구조도 3년으로 단일화해 산업은행 등 정부 지원 가능성을 높였다. 산업은행은 풍산 수요예측에 200억원가량 주문을 넣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회사채 투자 여력이 있는 우정사업본부 등 몇몇 기관들의 참여가 이어지면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주관사도 ‘완판’을 위해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전날 현대오트론의 회사채 시장 데뷔를 성공시킨 KB증권은 풍산 투자 수요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오트론과 같은 A0등급이고 금리 수준도 나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산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날 현대오트론 물량을 받아가지 못한 기관들 수요를 풍산으로 유인하고 있다”며 “주력사업이 방산 부문이라 변동성이 크지 않고 재무안정성 지표도 좋아 일부 기관에서도 눈여겨보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직전 2년간 신동 부문을 중심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신용도에 대한 부담은 남아 있는 상태다. 전날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회사의 신용등급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한 단계 내렸다. 나신평은 “2020년 내수 부문 회복이 예상되지만 북미법인(PMX) 영업실적이 재차 저하되고 재무부담이 높아지고 있어 회사의 지원부담이 커졌다”며 “주요 자회사 지원부담 변동 수준과 제반사업 및 재무안정성 변동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