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10개 산유국 연합)의 하루 970만배럴 감산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미지역 석유생산 업체들이 잇따라 유정 폐쇄와 생산량 감축에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수요는 급감한 반면 석유 재고가 넘쳐나 역대 최대 규모의 감산 결정에도 공급과잉이 쉽사리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오클라호마와 노스다코타주에서 시추작업 중인 컨티넨탈리소시스는 4월과 5월 생산량을 30% 줄이기로 했다. 서부 텍사스에 위치한 파슬리에너지는 하루 400만배럴을 생산하는 유정 150개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텍스랜드페트롤리엄 역시 주문취소가 이어지면서 1,211개의 유정을 폐쇄하고 5월까지 생산을 중단할 방침이다. 베이커휴즈는 미국 내에서 가동하는 석유 시추시설(리그) 수를 한 달 전 약 800개에서 600개로 줄였다.
캐나다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선코어에너지는 앨버타 북부지역의 하루 20만배럴 규모 생산라인 2곳 중 1곳을 폐쇄했다. 베이커휴즈가 캐나다에서 가동 중인 리그는 35개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알려졌다. 에너지컨설팅 업체 라이스태드에너지에 따르면 캐나다 석유생산 업체들은 생산량을 하루 약 32만5,000배럴 줄였으며 궁극적으로는 100만배럴까지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 유전의 오일 펌프 잭. OPEC+의 역대 최대 규모 감산 결정에도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로 북미 지역 석유생산 업체들이 잇따라 유정을 폐쇄하고 있다. /블룸버그 자료사진
유정의 경우 한번 폐쇄하면 생산 재개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유정 폐쇄 결정은 ‘극단적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생산 업체들이 유정을 폐쇄하는 것은 급감한 석유 수요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4월 첫주 미국 내 석유제품 소비량은 1,444만6,000배럴로 전주(1,748만7,000배럴)에 비해 19% 급감하며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원유 재고는 4억6,919만배럴에서 4억8,437만배럴로 급증해 주간 증가폭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WSJ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세계 최대 산유국들 간의 증산경쟁으로 연료 소비가 급감하면서 북미 석유기업들의 선택지가 좁아졌다”며 “에너지 생산 업체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생산성 있는 유정까지 폐쇄해가며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OPEC+의 감산 결정을 주도한 미국과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 규모 발표 이후 하루 970만배럴 이상의 감산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잇따라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OPEC+가 바라보는 숫자는 하루 2,000만배럴 감축”이라며 “일반적으로 보도되는 1,000만배럴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러시아와 사우디 에너지장관도 각각 실제 감산 효과는 2,000만배럴가량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캐나다 등 OPEC+ 비회원국의 감산 동참 및 전략비축유 구매 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