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ABS 시한폭탄' 터지나

신용등급 줄줄이 강등... 디폴트 위기
아시아나는 더 떨어지면 투기등급
회사채 신용등급까지 하햐 가능성
은행도 '자금경색 불똥' 튈까 긴장

항공사들의 매출담보 자산유동화증권(ABS)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며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신용평가사들이 ABS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고, 이어 회사채 신용등급까지 하향 검토 중이어서 조기상환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14일 대한항공(003490)의 ABS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아시아나항공(020560)은 ‘BBB+’에서 ‘BBB’로 각각 한 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사들의 ABS 신탁원본 회수실적이 심각한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했다”며 “회수실적 저하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회복 시점 및 속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혔다.

항공운임채권 ABS는 항공사들이 국제선 대리점계약과 신용카드사로부터 발생하는 장래매출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사채다. 항공사들은 ABS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을 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달마다 항공기 리스료 등 막대한 고정비용이 발생하지만 티켓 수익이 매달 고정적이지 않은 터라 ABS를 발행해 운영자금 목적으로 손쉽게 사용했다. 항공사들은 유동화전문회사(SPC)를 설립해 유동화자산으로부터 회수되는 금액으로 매달 ABS 이자와 분할상환될 원금을 적립하고 잔여금액을 자산보유자인 항공사에 가지급한다. 대한항공은 1조7,136억원, 아시아나항공은 8,060억원의 ABS를 발행했다. 지난달 항공사들의 ABS 회수실적(전년 동기 대비)을 보면 대한항공은 68~84%, 아시아나항공은 42~99% 감소했다. 3월 말 기준으로 대한항공이 갚아야 할 ABS 잔액은 1조3,2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7,088억원이다.


대한민국조종사노동조합연맹과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소속 회원들이 14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위기의 항공산업, 정부지원을 촉구하는 항공업계 노동조합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신속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기 운항이 사실상 중단되며 항공운임 ABS는 위험요인이 됐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는 대한항공 장기채와 ABS 등급을 ‘하향 검토’ 워치리스트에 올렸고 한신평부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ABS 평가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

회사채 등급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한항공은 그나마 BBB+ 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상향조정)’다. 신용평가사들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를 감안해 등급전망을 상향 조정으로 평가했지만 추가 하락할 경우 ABS 조기상환 조건이 된다. 조기지급 사유가 발생하면 ABS 원리금이 전액 상환될 때까지 SPC는 항공사에 가지급을 할 수 없다.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문제다. 신용평가사들은 HDC현대산업개발이 대주주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 상향 검토를 고려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무산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며 아시아나항공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정부의 지원이 순조롭지 않다는 점도 아시아나항공에는 악재다. 항공사들은 무담보 저리대출 확대, 채권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등 대규모 정책자금 지원 확대를 요구했으나 정부의 회사채 매입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등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들도 항공사 ABS 폭탄의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항공사가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된 후에도 ABS 상환을 못할 경우 신용공여를 한 은행들이 채무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신평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아시아나항공 ABS 발행건 중 IBK기업은행이 신용을 보강한 ABS는 3건으로, 총 3,158억원이다. 신한은행·KB국민은행 등이 주도적으로 신용공여한 대한항공 외화ABS 4,300억원은 미주노선 항공편 운항이 40% 취소되며 지난달 말 이미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됐지만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조기상환 사유 발생 ‘선언’ 시점만 오는 9월 말로 미뤄졌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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