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자 투자 기회를 포착하려는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등 해외시장으로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해즈브로 같은 생소한 미국 완구업체가 애플과 아마존 등 기존 인기 종목들을 제치고 매수 종목 상위에 오르면서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기업 투자 포트폴리오가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1~10일) 국내 투자자는 미국 완구업체 해즈브로를 6,830만달러(약 83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달 해즈브로는 2위 쇼와덴코와 3위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 순매수 기준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는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길리어드사이언스(1,332만달러), 일본 게임기 제작업체 코나미(1,085만달러), 크루즈 업체 카니발(694만달러), 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 애벗(354만달러) 등에도 투자했다. 지난달부터 국내 투자자들은 코로나19로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과 타격이 과도했던 기업을 선별해 저점 매수에 본격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형 플랫폼에만 투자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할 법도 하지만 국내 투자자의 욕구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듯하다”며 “리스크가 있더라도 고수익을 노리거나 포트폴리오 자체를 다변화하려는 추가 수요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까지 이들 종목은 성공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수혜주로 꼽히는 해즈브로는 지난달 16일 44.73달러로 저점을 찍은 후 이달 15일 기준 74.66달러까지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수익률로 환산하면 67%에 달한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즈브로가 자사 제품을 활용해 코로나19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아동용 장난감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비슷한 이유로 주가가 강세를 보였던 게임기 제작업체 코나미도 지난달 저점 대비 수익률이 23%를 넘어섰다.
국내 투자자들은 공격적인 투자도 서슴지 않고 있다. 국내 투자자가 순매수한 크루즈 업체 카니발은 운영 중인 크루즈선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후 주가가 80% 이상 급락했지만 이달 2일 7.97달러로 저점을 찍은 뒤 12.51달러까지 올라 8거래일 만에 57%의 수익률을 냈다. 장 연구원은 “무리한 레버리지 투자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최근 증시 급락이 글로벌 우량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