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하면서 한국 공연예술의 해외 진출을 도모하기 위한 각종 지원 사업에도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자체 네트워크와 자본으로는 성사하기 힘든 현지 공연 및 판로 개척 등이 불투명해지면서 지원 사업의 주요 수혜 대상인 중소 예술단체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는 모양새다.
15일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에 따르면, 오는 6월 영국 런던에서 열기로 했던 ‘코리안 댄스 페스티벌’이 전면 취소됐다. 코리안 댄스 페스티벌은 예경이 한국 현대무용의 지속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 지난해 시작한 행사로 영국 현대 무용의 허브인 런던 ‘더플레이스’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었다. 특히 올해는 버밍엄 인터내셔널 댄스 페스티벌, 더블린 페스티벌 등과 연계한 영국 내 순회공연도 기획하고 있던 터라 관련 단체들의 상심이 더 크다. 예경 관계자는 “유럽 상황이 아직 좋지 않은 데다 국가 불문하고 입국 제한이 있다 보니 6월 공연은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서울아트마켓은 한국공연예술 작품들의 유통과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매년 10월에 개최하는 행사로 국내외 관련계자의 비즈니스 네트워킹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사진은 2019 서울아트마켓./사진=서울아트마켓
하반기에 예정된 지원 사업도 마냥 성사를 기약하기 어렵다. 6월에는 국내 창작뮤지컬 프로듀서들에게 미국 브로드웨이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브로드웨이 리서치 트립’이, 9월에는 한국 창작 뮤지컬 해외 로드쇼가 기다리고 있다. 10월에는 해외 월드뮤직 전문가를 초청해 한국 전통음악을 소개하는 저니투코리안뮤직 행사와 국내외 우수 작품을 초청해 공연하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국내외 공연예술 단체의 비즈니스 교류가 이뤄지는 서울아트마켓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들 사업을 비롯해 예경의 공연예술의 해외 진출 지원 예산은 지난해 기준 약 30억 원 규모다. 올해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20주년 기념사업을 개최하고, 서울아트마켓 기능 확대를 위해 공연예술 교류 기능에서 작품 제작·시연 기능까지 추가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예산이 걸린 관련 사업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예경은 코리안 댄스 페스티벌을 제외한 다른 일정은 ‘상황을 지켜보며 변경 여부를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불가피한 경우 해당 사업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 사업을 변경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홍사웅 예경 공연사업본부장은 “뮤지컬 로드쇼는 일정을 조율 중이고, 다른 사업의 경우 현지 상황을 보며 내부 논의만 하고 있다”며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 사업 형식이나 지원 항목을 바꾸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예컨대 해외 공연이 어려울 경우 프로모션 영상 제작을 지원하거나 관련 단체의 면대면 교류 대신 화상 미팅을 주선하는 방식으로 지원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본부장은 “원래의 지원의 목적이 큰 틀에서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지속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무대 공연이 핵심인 국제 공연예술제는 최악의 경우 개별 공연의 취소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대응책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예상치 못한 악재에 국내외 시장이 모두 막혀버리면서 그동안 지원 사업을 통해 해외 판로를 개척해 온 중소 예술단체들의 한숨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진출 사업은 국내 예술단체의 해외 이동, 해외 예술단체의 국내 입국 등이 수반되는 프로젝트가 대부분인 만큼 국내 추이만 보면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라며 “미국과 유럽 내 감염이 여전히 심각해 하반기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에는 불안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