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라바 사용자가 세탁기를 모바일로 제어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미국의 모바일 세탁 플랫폼 서비스 기업인 워시라바 시리즈A 투자에 참여했다. /사진제공=LG전자
보사노바로보틱스의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매장 진열대 관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LG전자가 오픈 이노베이션에 방점을 찍고 인공지능(AI)부터 자율주행·정보기술(IT) 플랫폼에 이르는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15일 LG전자의 지난해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2년여간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10곳의 지분을 매입하며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캐나다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설계기업인 뷰리얼(VUEREAL)에, 지난 2018년에는 미국의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로봇을 개발하는 보사노바로보틱스에 각각 56억원과 39억원을 넣어 통 큰 스타트업 투자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 밖에도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코드42, 미국 모바일 세탁 플랫폼 스타트업 워시라바를 비롯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퓨처플레이 등에도 LG전자의 힘을 실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 2년간 미래 먹거리 분야의 10개사에 투자하며 미래사업을 육성하고 있다”며 “인하우스의 혁신만으로는 시장 흐름에 앞서 나갈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진정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하고 디지털 전환이라는 성장 원동력을 획득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가 미래를 위해 선택한 기업은 크게 로봇과 AI·플랫폼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일부는 현재 LG전자 사업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지만 자율주행 솔루션 업체인 이스라엘의 바야비전센싱처럼 다소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기업도 있다. 이 차이는 사업부와 전사, 그룹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고 유기적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에서 비롯됐다. 각 사업부는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행적 기술을 확보하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으며, 전사는 박일평 사장 겸 기술최고책임자(CTO) 아래 별도 조직에서 전사사업에 포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기술 발굴에 초점을 맞추는 식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의지가 담긴 투자를 LG전자에서 집행할 때도 있다.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오픈 이노베이션(OI)을 추구하는 투자인 셈인데 이 과정은 별도 조직에서 주도한다. 언론에는 북미R&D센터·토론토인공지능연구소·LG테크놀로지벤처스 등으로 보도된 곳이다. 이들 조직은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 스타트업 투자 경험을 쌓은 이들로 구성돼 미국은 물론 유럽과 이스라엘 등 전 세계 4차 산업혁명 트렌드를 세심히 파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실제 투자를 집행할 때는 사내 기술책임자 등 실무자들과 의견을 교환해 해당 분야의 동향과 피투자사의 기술검증을 실시한 후 지분협상 단계로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뿐 아니라 그룹 주요 계열사도 CTO 아래 OI 전담조직을 두고 있으며 이들은 중복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이 분야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 등의 미래 먹거리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은 LG전자는 물론 각 계열사별 ‘워킹그룹’의 유기적 협업이 기반이 된다”며 “4차 산업혁명의 큰 축인 디지털 전환이 회사 성장과 변화를 이끌 원동력이라는 로드맵에 따라 진행되는 투자”라고 설명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