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인 농어촌공사가 최근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은 명예퇴직을 할 수 없다’는 전례가 드문 인사규정을 신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금융공기업 노조가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의 명예퇴직금 인상을 요구하는 가운데 나온 농어촌공사의 결정에 관계기관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최근 노사 합의를 통해 ‘임피제 대상 직원의 명퇴 금지’ 규정을 신설했다고 15일 밝혔다. 만 58세부터 임피제가 적용되는데, 이들 직원은 정년 전에 명퇴를 할 수 없고 일반 퇴직만 가능하다. 정년 전 사직을 하면 명퇴금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일반 직원 대상은 아니지만 특정 연령대 직원을 상대로 명퇴 금지 규정을 명문화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특히 기업은행 등 일부 국책은행 노조는 명퇴금을 상향 조정해 임피 대상 직원들이 쉽게 퇴직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어 농어촌공사의 행보는 더욱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 노동법 전문가도 “매우 독특한 사례”라고 말했다.
농어촌공사는 이에 대해 과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지적된 사항을 수용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는 지난 2017년과 2018년 경영평가 중간평가 때 “임피 대상자에게 명퇴를 허용하면 임피제를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신규채용을 지원한다는 정부 취지에 반한다”며 임피 대상자의 명퇴 금지 규정을 명문화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평가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경영평가 최종 보고서에는 해당 지적이 반영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재부는 임피 대상자의 명퇴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실제 기재부 지침상 공공기관 임직원의 경우 ‘기본급(혹은 월평균 임금)의 45%×정년까지 잔여근무 개월 수의 절반’을 명퇴금으로 지급하게 돼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도한 명퇴금 지급을 막자는 취지일 뿐 명퇴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어촌공사의 인사규정 신설이 일종의 해프닝이라는 분위기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피제와 명퇴는 ‘A를 하면 B를 할 수 없다’는 식의 양립 불가능한 개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