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확대한 모습으로 표면에 돌기처럼 튀어나온 것이 스파이크 단백질이며 인체 세포의 ACE2 수용체에 달라붙어 감염시킨다.
지난 2009년부터 2년간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가 세계를 휩쓸었으나 다행히 타미플루가 있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당시 조류에서 돼지를 거쳐 200만여명이 감염돼 2만여명이 숨졌으나 나름 효과적인 방패가 있었던 것이다. 일부에서 쇼크, 피부 질환, 구토, 설사는 물론 환각·환청, 자살 등의 부작용이 보고됐으나 감염병 불안을 잠재울 수 있었다. 이 약은 미국 길리어드가 중국의 향신료(스타 아니스) 열매에서 추출한 시킴산을 원료로 화학 합성해 1996년 개발한 뒤 스위스 로슈에 특허를 넘긴 것이다.
원리는 바이러스가 다른 세포에 침입해 자신의 RNA를 복제한 뒤 세포 밖으로 나갈 때 이용하는 뉴라미니다아제 효소의 틈에 끼어들어 활성을 막는 것이다.
문제는 타미플루가 사스·메르스에 이어 세 번째 코로나바이러스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는 무용지물이라는 점이다. 앞서 사스와 메르스도 마찬가지였고 당시 치료제와 백신 개발은 대유행이 끝나며 흐지부지됐다. 이번 코로나19도 새로운 백신·치료제는 말할 것도 없고 기존 에볼라 치료제(렘데시비르)나 말라리아 치료제(클로로퀸) 등을 활용한 약물 재창출 연구조차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며 타미플루 같은 대안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무력화시킬 정도의 돌연변이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동안에는 RNA 바이러스의 특성상 많은 돌연변이가 나오기는 했어도 백신 개발의 의미를 퇴색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대만 국립창화사범대와 호주 머독대 공동연구팀은 세계 106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39개의 게놈 서열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올 초 중국 우한에서 돌아온 인도 의대생에게서 검출한 바이러스에서 중대 변이를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돌연변이는 바이러스 표면에 왕관처럼 튀어나와 사람 세포와 결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수용체결합영역(RBD)에서 확인됐다. 연구팀은 “백신 개발이 헛수고가 될 위험이 크다”며 “다만 중대 변이가 기술적 오류에서 나온 것인지 등의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7일 인도 과학산업연구회(CSIR)-생화학연구원의 발표 내용을 좀 더 확인한 것이다.
면역학자인 신의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당초 백신 개발을 무력화할 정도의 변종이 나타날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며 “이번 연구가 맞다면 백신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제시한 것으로 이를 돌파할 수 있는 플랜B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감 백신 제약사인 GC녹십자의 신윤철 박사는 “그동안에도 변이가 많이 알려졌는데 이번 변종도 결국 임상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며 “다만 중대 변종이 맞다면 바이러스 변이 속도가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속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연구대로라면 중대 변이가 맞지만 미국·유럽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 바이러스라 새로운 중대 변종인지 의문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연구는 동료평가(피어 리뷰)를 거친 정식 논문이 아니어서 게놈 서열 규명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해석에서의 오류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바이러스 전문가인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대만·호주 연구팀이 1월1일~3월1일 여러 나라에서 분리한 106개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12개가 S단백질에서 각 1개씩의 아미노산 변화를 보인 것을 확인했다”며 “특이하게도 12종류의 S단백질 변화 중 RBD 지역 변화는 인도 의대생에게 1월27일 분리한 한 종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비교적 초기에 분리된 것이라 기존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바뀐 것인지 아니면 우한에서 돈 비주류 유형 중 하나였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어떤 경우든 현재 개발 중인 백신이 S단백질만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수정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다른 유전자 중 차별적 공략이 가능한 단백질 부위를 추가해 다가(multivalent) 백신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유경 GC녹십자랩셀 세포치료연구소장은 “기존 약물 재창출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은 말할 것도 없고 신규 치료제도 아무리 노력해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에서 코로나19 위협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마크 립시치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은 사이언스에 “백신이나 치료법이 나오지 않으면 간헐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를 오는 2022년까지 유지해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존 론니디스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는 의료 전문지(스태트)에 “전수조사한 다이아몬드크루즈 승객의 치사율이 1%였는데 연령을 보정하면 코로나19 사망률은 0.025%에서 0.625%”라며 공포가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