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화학 반응 도중 보통의 전극(A)과 초혐기 필름 전극(B)의 수소 생성 반응 모식도와 디지털 사진. 초혐기 필름이 코팅된 전극에서 실제로 발생한 수소 기체의 양이 기존 전극에 비해 많았고 따라서 수소 생성 효율이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사진제공=UNIST
연잎이 물방울을 튕겨 내는 것을 응용해 수소 생산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기술이 나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류정기·이동욱 교수 공동연구팀은 ‘표면에 미세한 구멍이 많은 고분자 젤’을 물의 전기분해용 전극에 코팅해 수소 생산효율을 5배 정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물 전기 분해는 액체인 물(H2O, 전해질)이 고체인 전극 표면을 만나 기체인 수소(H2)나 산소(O2)로 바뀌는 반응인데, 전극 표면에 발생된 기체가 계속 달라 붙을 경우 반응이 가능한 전극 표면의 면적이 줄어들어 효율이 떨어진다.
연구진은 초혐기성수화젤(초혐기성-기체를 싫어해서 밀어내는 성질. 수화젤-수용성 고분자가 물리적 혹은 화학적인 결합에 의해 3차원 그물구조를 하고 있는 물질로 용해되지 않고 상당한 양의 물을 함유할 수 있는 친수성이 높다)을 전극 표면에 코팅함으로써 수소 생산 효율을 5배 정도 높일 수 있었다. 수화젤을 전극표면에 코팅할 경우 마치 연잎에서 물 방울이 튕겨 나가듯이 공기 방울이 고체인 전극 표면에 붙지 않고 떨어지게 된다.
류정기 교수는 “고분자물질은 반응을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없고, 전기가 통하지 않아 수전해 효율을 낮춘다고 예상됐다”며 “이런 점 때문에 전극에 사용된 적이 없었지만, 전극 표면을 코팅하는 방식으로 활용해 오히려 수전해 방식의 단점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성과는 고분자물질을 고체의 표면에 코팅해 ‘기체를 밀어내는 성질’을 얻은 새로운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도 표면의 기체를 제거하기 위해 고체의 표면에 미세한 나노 구조를 만드는 방법이 있었지만, 제조비용이 비싼 데다 적용 가능한 물질에도 제한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한 방법은 고체라면 물질에 상관없이 적용할 수 있고, 대상 물질에 수화 젤만 코팅하면 되는 간편하고 저렴한 방식이라 활용 범위도 넒다.
이동욱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공성 고분자 수화 젤의 코팅’을 이용해 다양한 고체의 표면에 초혐기성을 구현한 최초의 연구” 라며 “이 기술은 수전해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자원화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