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던 중 울먹이고 있다./연합뉴스
군소정당의 수장들이 4·15총선에서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었음에도 굳건한 모습을 보였다. 정의당은 유일한 지역구 당선자인 심상정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도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손학규 민생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당직에서 물러났지만 “건강이 있고 왕성한 정신이 있다”며 정치를 계속해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더 낮은 자세로 국민 삶의 현장으로 다가가겠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눈물을 쏟아냈다. 심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수구 보수세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 이뤄졌지만 양당정치 강화와 지역구도 강화, 선거개혁 와해 등 정치개혁 후퇴라는 역사적 오점을 함께 남겼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진보 대안세력으로서 길을 찾아보겠다”고 발언을 이어가던 심 대표는 감정이 북받친 듯 10초간 말을 잇지 못하고 끝내 눈물을 보였다. 입을 열었다가 다시 울기를 반복하자 옆에 있던 대변인이 휴지를 가져다줘 눈물을 닦았다. 심 대표는 “고생한 후보들과 당원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서둘러 모두발언을 마쳤다. 선대위원장들과 비례대표 당선자들도 굳게 입을 다물며 침통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심 대표는 기대치보다 낮은 ‘6석’이라는 선거 결과에 대해 “정의당의 미래에 대해 더 깊고 넓은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했을 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특별히 지도체계에 변화가 없다. ‘선거제 취지 무산’이라는 구조적 조건을 감안했기 때문에 선거 결과가 당 활동의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심 대표가 지역구 출마자 중 유일한 생환자라는 점에서 당은 앞으로도 그를 중심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손학규 민생당 상임선대위원장이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패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손 위원장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밝혔다. 이후 ‘책임지고 물러나면 제3지대 재건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제가 당직은 갖고 있지 않지만 여러 군데에 가니 젊다고 한다. 저에게 아직 건강이 있고, 왕성한 정신이 있는 만큼 그것으로 국민운동을 통해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정치 활동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의석수가 ‘0’이 된 민생당은 해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민생당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도 거의 출근하지 않았다”며 혼란스러운 당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당에 남은 정치자금과 오는 5월에 들어올 정당보조금을 어떻게 나눌지가 변수가 될 것”이라며 내부 분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시사했다. 민생당은 1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 간담회와 선대위 해단식을 열어 당의 미래를 논의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망국적인 이념과 진영의 정치를 극복해 실용적 중도정치를 정착시키고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합리적 개혁을 추진하고 싶었지만 저희가 많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한때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대선후보,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까지 역임한 그가 결국 측근들로 구성된 ‘3석 정당’의 대표로 전락한 것을 두고 ‘안철수 돌풍’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대표는 “진정성을 갖고 더 낮은 자세로 국민 삶의 현장으로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이태규 국민의당 선거대책본부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4.15총선 결과 관련한 당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