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훈 어썸레이 대표가 자체개발한 초소형 X선 튜브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어썸레이
“원하는 대로 에너지 조절이 가능한 차세대 X선은 공기정화 등 일상생활에 이롭게 쓰일 수 있습니다. 차세대 X선의 소재·부품·장비를 모두 만들 수 있는 독자기술로 이 분야에서 최고의 ‘소부장’ 스타트업이 될 것입니다.”
X선 기술 스타트업 어썸레이의 김세훈(사진) 대표는 16일 서울경제와 만나 “첨단소재인 탄소나노튜브(CNT) 섬유 생산기술과 이를 상업화하는 응용기술을 개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어썸레이는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나노튜브에서 실을 뽑아내는 기술과 이 실을 적용한 X선 발생장치로 공기정화기 등을 만드는 상용화 기술을 모두 보유한 세계 유일의 스타트업이다. 탄소나노튜브는 나노미터(㎚·10억분의1m) 크기의 6각형 탄소구조체다. 가벼우면서 강도가 세고 구리를 대체할 만큼 전도율이 좋은 신소재지만 그동안 기업·연구실에서 가루 형태로 만들어내는 데 그쳤다. 어썸레이는 이를 섬유로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김세훈 어썸레이 대표가 자체개발한 초소형 X선 튜브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어썸레이
김 대표는 “실로 뽑는 양이 처음에는 분당 5m 수준에서 현재 분당 20m까지 발전했다”며 “탄소나노튜브 섬유의 상업적 양산체계를 갖춘 것도 우리가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 섬유로 X선 관에 들어가는 필라멘트를 대체하면 X선 세기를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 어썸레이는 탄소나노튜브 섬유가 들어가 에너지 조절이 가능한 소형 X선 관(튜브)도 개발했다. 그는 “병원용 X선 기기는 보통 전압이 100㎸ 이상인데 차세대 섬유를 이용한 장치는 5㎸ 이하로 낮출 수 있다”며 “이 기술을 이용하면 오염물질을 이온화하는 공기정화기, 소형 X선 의료기기, 보안·검사장비 등 응용 분야가 넓다”고 설명했다.
어썸레이의 첫 상용화 분야는 공기정화기다. 출력을 낮춘 X선의 일종인 극자외선(EUV)을 집진판에 쏘면 먼지가 달라붙는 원리다. 필터나 팬이 없어도 미세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게 강점이다. 지난해 말 서울 양재동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본사 한 층에 정화시설을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연내 공공기관·자산운용사 등 10여군데에 장치를 공급할 계획이다. 그는 “내부의 탁한 공기는 물론 외부의 미세먼지까지 효율적으로 관리해 공기 질 인증을 받아야 하는 건물 운용업체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며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정수·살균장치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재료공학 박사인 김 대표는 같은 대학 나노소재전공 박사 4명과 함께 지난 2018년 어썸레이를 세웠다. 나노와 X선 모두 정통해 이미 대학 실험실에서 기술개발에 성공한 연구인력과 20년 이상 X선 장비 제조 분야 전문가들이 어썸레이의 맨파워다. 이 회사는 소재·부품 특허를 국내에서 7건, 미국에서 1건 완료했으며 연내 8건을 추가로 출원할 예정이다.
당분간 공기정화기와 고부가 배터리 생산에 집중하겠다는 김 대표는 “본격적으로 소재를 공급할 계획은 없지만 분당 ㎞ 수준의 탄소나노튜브 고속방사 역량을 갖춘다면 향후 섬유 사업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상에 도움이 되는 X선 도구를 만들 것”이라며 “대학연구실에서 일궈낸 성과가 기술 사업화로 이어진 모범 사례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