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에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디지털화폐’ 모습. /웨이보 캡처
중국에서 디지털화폐 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왔다. 디지털화폐가 실제 발행되면 세계 최초가 돼 이에 따른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가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중국 블록체인 전문매체 ‘선차오’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내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들의 웨이보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민은행의 디지털화폐 전자지갑 캡처 사진이 퍼지고 있다. 사진 속의 전자지갑은 실물 위안화 화폐처럼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고 발행연도 등이 포함된 고유번호로 보이는 숫자도 들어가 있다. 최근 SNS에 돌고 있는 것은 중국의 4대 국유은행 가운데 하나인 농업은행 디지털화폐다.
농업은행은 인민은행의 지침에 따라 일부 도시에서 전자지갑 앱을 시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차오는 “인민은행과 가까운 한 인사는 (사진이 유출된) 전자지갑이 진짜라고 확인해줬다”며 “선전·슝안·청두·쑤저우 등에서 테스트 중”이라고 전했다.
인민은행이 이를 실제 도입한다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로는 세계 최초가 된다. 인민은행이 그동안 디지털화폐 발행을 지속적으로 예고해왔지만 실제 테스트 진행 상황이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판이페이 인민은행 부행장은 한 포럼에서 “디지털화폐의 설계와 표준 제정, 연합 테스트 업무가 기본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정부가 디지털화폐 발행을 서두르는 것은 비트코인이나 페이스북의 리브라 등 ‘외부 세계’의 가상화폐 질서가 자국에 영향을 주는 것을 경계하면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동안 기존 위안화로서는 사실상 실패한 위안화 국제화 수단으로 새로운 디지털화폐를 활용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일단 인민은행이 도입할 디지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전적으로 이를 기반으로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분산형 장부관리 기술인 블록체인이 정부 주도의 중국 방침과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은 오히려 정부가 관리하는 중국식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화웨이·텐센트·바이두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을 끌어들여 최근 ‘국가블록체인기술표준화위원회’를 만들었다. 앞서 중국 광둥성 선전시는 화웨이와 협약을 체결해 블록체인·인공지능·빅데이터·5G 기술을 활용하는 ‘쿤펑 산업시범지구’를 건설하기로 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