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미래통합당 의원./오승현 기자
“실력과 품격을 갖추지 못한 우리가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하는 거대한 오판을 하고 있었습니다.”
‘할 말 하는’ 미래통합당의 대표적 소장파 중진 김용태 의원은 16일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4·15총선 참패를 이같이 참회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당 쇄신에 몸을 싣고 내리 3선을 한 지역구인 양천을을 떠나 ‘험지’인 구로을을 택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지역구로,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출마한 곳이다. 혈혈단신으로 구로을에 출마한 그는 압도적인 초반 열세를 딛고 보수정당 정치인으로 정권 실세를 위협할 경쟁력을 보여줬다.
바닥 민심을 확인한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들은 대안이 아니다. 딱 그거”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민들은) 이 어려운 경제를 살리겠다는 대안을 갖고 있느냐, 우리의 삶, 현재와 미래를 맡길 정책을 갖고 있느냐를 물었다”면서 “그러나 실력은 물론 그럴 품격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국민들의 판단이었다”고 평가했다.
개혁보수인 새로운보수당과 합치며 미래통합당이 탄생했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한 자유한국당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대안다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 선거운동이 진행된 후 여기저기서 터진 ‘세대 비하’ ‘성적 문란 행위’ 등의 막말을 거르지 못한 모습도 비판했다. 막말 논란이 수도권 표심을 등 돌리게 한, 큰 패착이라고 당내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김 의원은 “자꾸 과거로 회귀하려는 모습들이 나타났다. 국민들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려면 스스로의 실력과 품격을 가다듬고 지지를 호소해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세월호 막말’로 다시 소환된 박근혜 정부의 탄핵과 관련해서는 “공천 과정에서 (과거와) 단절하고 앞으로 나갔어야 했는데 단순한 봉합에 불과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말이 맞다. 자세를 갖추지 못한 정당이 표를 달라고 했다”고 자책했다.
김 의원은 자신도 총선 패배의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도부에만 책임을 미룰 일이 아니다. 국민의 깊은 불신을 정확히 깨닫지 못했고 당내에서 더 혁신하고 완전히 틀을 깨는 싸움을 하지 못한 후회가 있다”고 반성했다.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저의 부족함으로 총선에서 이기지 못했다”며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의원은 소장파의 대표 격인 인물로, 당이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말을 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해왔다. 김 의원은 총선 기간 중에도 차량공유 업체 ‘타다’를 규제하는 법안에 대해 당론을 거슬러 반대하고 택시 업계 지원책 등 대안을 제시했다. 재난지원금과 관련한 여러 대안도 내놓았다.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먹거리 문제에도 적극적이다. 보수진영의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도 거론된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