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강성 운동권 수혈…위기때마다 힘 발휘한 '실용보수'

선거 패배 마다 즉각 조직 쇄신
새 인물 영입해 전향적 외연확장
이념·지역에 갖힌 지금과는 달라


미래통합당이 지난 2016년 총선 이후 대선·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총선까지 네 차례 연속 패배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과거 보수당은 선거 참패로 존립위기를 맞을 때마다 이념의 틀에서 벗어난 과감한 인재영입과 쇄신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새 인물과 쇄신보다는 이념에 빠져들며 보수몰락을 재촉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민주화 이후 민주정의당·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에 이르는 보수정당은 승리와 패배를 반복하며 국민의 지지를 끌어냈고 정통성을 부여받았다. 첫 위기는 1987년 대선 이듬해 치러진 총선에서 ‘여소야대’의 결과였다. 민정당은 통일민주당과 공화당, 이른바 ‘3당 합당’으로 위기탈출의 해법을 찾았다. 인위적인 정계개편으로 탄생한 민자당은 현재까지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산업화의 옛 보수가 민주화의 신보수를 껴안는 전향적인 외연 확장이었다. 이념보다는 실리를 선택한 결과 1991년 지방선거에서 민자당은 득표율 41%로 전체 의석의 65%를 차지했다. 위기는 다시 돌아왔다. ‘YS’의 중간평가 성격의 1995년 지방선거에서 민자당은 광역단체장 15곳 가운데 5곳에서만 승리하는 참패를 겪었다. 총선 1년 전. 민자당은 신한국당으로 ‘간판’을 바꾸고 당시 허삼수 의원 등 40명을 물갈이했다. 그 자리에는 이재오·김문수 등 재야 운동권이 들어갔고 성과는 총선 승리로 귀결됐다. 정권을 내줬던 1997년 직후 실시된 1998년 지방선거뿐 아니라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등 보수당의 시련은 반복됐다. 시련은 쇄신으로 이겨냈다. 2000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은 현역의원 43명을 공천 배제하고 이번에는 남경필·원희룡·오세훈 등 ‘젊은 피’를 대거 수혈했다. 2004년에는 유명한 ‘천막당사’가 등장했다. 김용환 전 의원 등 자발적인 불출마도 이어졌다. 그 결과 보수당은 2007년·2012년 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이념의 틀을 벗어나 과감하게 인재영입과 쇄신에 나선 결과였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는 “보수당은 이념 기반인 반공과 지역 기반인 대구·경북을 버려야 생존할 수 있다”며 “일본 자민당이 진보적 의제까지 발 빠르게 선점하는 유연성을 가졌기 때문에 생명력이 높다는 데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청년이 부담해야 할 노인 인구 수가 급증해가는 사회에 대비하는 등 대안 선점에 나서야 위기극복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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