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바운티호 반란


남태평양 타히티섬 원주민의 주식은 빵나무다. 빵나무 열매를 얇게 잘라서 굽거나 쪄 먹는데 구울 때 빵 냄새가 난다고 해서 빵나무가 됐다. 영국 정부는 빵나무를 카리브해 제도에서 재배해 흑인 노예들에게 먹일 생각을 했다. 1787년 영국에서 출항한 바운티호의 임무는 타히티에서 빵나무 묘목을 가져가 자메이카에 옮겨심는 것이었다. 10개월의 항해 끝에 도착한 타히티는 말 그대로 지상낙원이었다. 5개월 뒤 묘목 준비가 마무리되자 함장의 명령에 닻은 올렸지만 이미 꿀맛을 본 선원들은 고된 항해를 다시 하기가 싫었다. 1789년 4월28일 함장의 가혹한 대우까지 겹쳐지자 일부 선원이 선상 반란을 일으켰다. 이들은 함장과 함장을 따르는 선원을 구명보트에 태워 망망대해로 보냈다. 자신들은 바운티호를 탈취해 타히티로 돌아갔고 일부는 무인도인 핏케언으로 건너갔다.


함장 일행은 나침반도 해도도 없이 40여일 동안의 항해를 거쳐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해양 국가인 영국은 해적 행위나 선상 반란을 엄하게 다스렸다. 바다 끝까지 가서라도 반란자들을 잡아냈다. 함장의 보고를 받은 영국 정부는 반란자 색출에 나섰다. 타히티를 이 잡듯이 뒤져 끝내 10명의 반란자를 재판에 회부했고 이 중 3명은 교수형에 처했다. 핏케언은 해도에도 없는 섬이어서 이곳에 있던 반란자는 잡히지 않았다. 바운티호 반란 사건은 과정이 워낙 드라마틱해서인지 세 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트위터에 “민주당 주지사들에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가 ‘바운티호의 반란’이라고 전하라”며 “구식 반란은 항상 흥미롭고 활력을 준다”고 비꼬았다. 전국 10명의 주지사가 경제활동 재개 시기를 자체적으로 판단하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반란 세력에 빗댄 것이다. 바운티호의 함장은 불굴의 의지로 귀환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나중에 해군 제독까지 승진했다. 선상 반란이 대개 실패하는 것과 달리 바운티호의 일부 선원은 끝내 핏케언에 정착해 반란의 성공 사례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10명의 주지사 중 누가 이길지 궁금해진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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