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 미나토구 롯본기 지역에 위치한 ‘롯폰기힐스 레지던스’ 전경. / 사진제공=위키미디어
# 현재 일본 도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도쿄도 미나토구 도라노몬에 있는 ‘도라노몬 힐스’다. 높이 255m에 달하는 52층짜리 주상복합 건물이다. 37층부터 46층은 주거용 아파트로 쓰이는데 침실 2개에 화장실이 하나 딸린 45층 매물(120.2㎡)의 한 달 월세는 158만엔. 우리 돈으로 약 1,770만원 정도다. 본래 도라노몬 지역은 도심에서도 낙후된 곳에 속했지만 오피스와 호텔, 그리고 최고급 주거시설을 갖춘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서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도쿄 아파트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60층에 달하는 208m 높이의 고급 아파트 ‘더 파크하우스 니시신주쿠 타워 60’이 신주쿠구에 들어섰다. 오는 2023년에는 ‘모리건설’이 짓는 330m짜리 주상복합 건물이 세워지는데 이 건물이 완공되면 일본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된다. 도쿄의 대표적인 부촌인 미나토구에 위치한 이 빌딩에는 1,400여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주거용 동도 조성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도쿄도 내에는 100m를 넘는 빌딩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 최초의 마천루라고 할 수 있는 36층 높이의 ‘가스미가세키 빌딩’이 지어진 게 불과 50여년 전이다. 과거 지진 때문에 고층 건물을 짓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 정부가 경제 재건을 위해 ‘도시재생’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며 건축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그 결과 도쿄 시내에 고층 빌딩이 우후죽순 지어졌다. 현재 도쿄에는 500여개의 고층 빌딩이 있는데 이 가운데 70%가 2000년대 이후 건설됐다.
도쿄도 미나토구 도라노몬에 있는 ‘도라노몬 힐스’ 전경./사진제공=위키미디어
◇역세권, 도쿄만 조망, 초고층 아파트 인기=2000년대 이후 진행된 재개발로 들어선 도심 역세권 주상복합이 인기를 끌고 있다. 교통이 편리할 뿐 아니라 상업·문화·여가시설이 밀집해 생활 편의성이 높은 탓이다. 특히 도쿄도의 핵심지역으로 꼽히는 미나토·주오·신주쿠·시부야·지요다구 등 도심부에 초고가 고급아파트가 밀집했다.
미나토구의 롯폰기 지역이 대표적인 예다. 롯폰기의 대표적 랜드마크인 롯폰기힐스의 고급 아파트 ‘롯폰기힐스 레지던스’는 지어진 지 10년이 훨씬 넘었지만 여전히 손꼽히는 고급 주거지다. 총 4개 동으로 구성된 롯폰기힐스 레지던스의 B동과 C동은 43층 높이의 트윈타워 형태다. B동 33층의 침실이 두 개 딸린 102.29㎡ 크기의 매물이 현재 3억9,800만엔(약 45억1,000만원)에 나와 있다. 3.3㎡당 1억4,500만원꼴이다. 이처럼 이들 지역의 고급 아파트는 3.3㎡당 1억원을 넘고 그중에서도 최고급 매물의 경우 2억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도쿄도 미나토구 고난 지역에 들어선 고층 아파트 ‘월드시티 타워’ 전경./사진제공=위키미디어
서울에서는 한강이 보이는 강변 지역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처럼 도쿄에서도 ‘도쿄만 뷰’를 갖춘 지역의 수요가 적지 않다. 2000년대 초 재개발을 거쳐 바다 옆 허름한 지역에서 고층 빌딩이 밀집한 오피스 지구로 탈바꿈한 미나토구 시바우라와 고난 지역이 바로 그곳이다. 일본 3대 부동산회사 중 하나인 스미토모 부동산이 고난 지역에 준공한 2,090가구의 주상복합 ‘월드시티 타워’의 2LDK(방 2개, 거실, 식당, 주방) 구조의 85㎡ 규모 집 월세는 34만엔(약 385만원) 정도다. 2016년 입주한 시바우라 지역의 ‘글로벌 프론트타워’ 82㎡ 아파트도 매매가가 1억4,800만엔(약 16억7,700만원)이다.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지역에 위치한 고급 주택 단지도 꾸준한 인기를 구가한다. 도쿄도의 오타구 덴엔초후는 전통적인 부자동네다. 흔히 서울의 평창동과 비교되는데 기업인·스포츠스타 등 유명인사들이 사는 고급 주택이 모여 있다. 침실이 4개 딸린 2층 주택(346㎡)의 월세가 150만엔(약 1,700만원) 정도다. 이 밖에 세이조대학이 위치한 세타가야구의 세이조 지역도 고급 주택이 밀집한 부촌이다.
2023년 3월 입주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 선수촌아파트 ‘하루미 플래그’의 조감도. /사진제공=하루미플래그 공식홈페이지
◇기대 모은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는 코로나로 ‘울상’=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020 도쿄 올림픽’이 1년 연기되기 전까지만 해도 도쿄도 주오구 하루미 지역에 조성되는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하루미플래그’로 명명된 이 단지는 도쿄만 일대 18㏊ 크기의 해안매립지에 50층짜리 고층 건물 2개 동을 포함해 총 24개 동 규모로 지어졌다. 보통 일본의 아파트는 한 동짜리 타워맨션 형태가 대부분이다. 반면 하루미플래그는 한국의 아파트단지 같은 대단위 개발이었을 뿐 아니라 도쿄도와 대형 건설업체들이 참여한 프로젝트라는 점이 특징이다.
도쿄역과 상업중심지 중 하나인 미나토구 신바시역과 가까울 뿐 아니라 단지 인근 지하철역 신설 호재도 예상됐고 가격도 20평형대 기준 7억~8억원대로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해 인기였다. 지난해 7월 1기 분양(893가구) 당시 경쟁률이 2.5대1을 기록했고 하루 만에 600가구가 계약될 정도였다. 한국인 투자자들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김경준 리맥스센트럴 대표는 “한국인 투자자들도 하루미플래그의 아파트를 구입한 것으로 안다”며 “특히 서울 송파구의 아시아선수촌아파트와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를 잘 아는 50대 투자자들이 선호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올림픽 폐막 후 일반 주택으로 용도를 바꾸는 내부 개조를 거쳐 입주자들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2023년 3월로 예정된 입주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이에 입주 예정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 추가 분양일정도 줄줄이 밀렸다. 지난달 말로 예정됐던 2기 분양일정은 올 6월께 다시 공지될 예정이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도움말=리맥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