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이 기업공개(IPO) 일정을 연기했다. 당초 연내 상장을 목표로 추진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힘들다고 판단해 상장 일정을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투자은행(IB)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상장주관 증권사단과 논의해 상장일정을 보류했다. 미래에셋대우·KB증권·대신증권이 상장주관 업무를 맡고 있다. 호반건설은 당초 3조~4조원대 기업가치를 기대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제대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것이 이유다. 공모가의 기준이 되는 동종업계 상장사 주가가 하락해 공모가가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IPO 일정을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는 점도 이번 연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기업들과 달리 현찰이 많고 2세 승계가 완료돼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도 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호반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조4,837억원, 영업이익 4,218억원을 기록했다. 분양사업의 호조 등으로 지난 2018년 매출 1조6,116억원, 영업이익 3,982억원에 비해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현금성 자산도 지난해 말 기준 2,743억원에 이른다. 재무상황이 여유 있는 만큼 빠르게 상장하기보다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은 이미 ㈜호반과의 합병을 통해 김상열 회장의 아들 김대헌 부사장으로의 승계가 완료된 바 있다. 호반건설의 지배구조는 김대헌(54.73%), 우현희(10.84%), 김상열(10.51%) 순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승계가 어느 정도 정리된 상황에서 재무 상황도 여유가 있는 만큼 IPO에 급하게 나설 이유가 적다”며 “주관사단과 상장 일정을 보류하기로 결정하면서 연내 상장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