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일반신간]미술시장의 탄생 外


韓 근대 미술시장은 개항기에 시작됐다

■미술시장의 탄생(손영옥 지음, 푸른역사 펴냄)=우리나라에서 근대적 의미에서 미술 시장은 언제 처음 형성됐을까. 국내 일간지의 미술·문화재 전문기자인 저자는 1909년 영국 런던에서 발행된 ‘ 더 그래픽’의 삽화를 들여다 보는 것을 시작으로 한국 미술 시장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집대성했다. 삽화 속에는 중절모를 쓴 서양인이 조선 상인과 조선백자를 흥정하고 있다. 대외 무역이 본격화한 개항기를 기점으로 미술시장이 근대적 성격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 상인들이 고려청자에 새로운 가치를 매겼다고 전한다. 이 밖에 한국에서 현대적 전시 관람 문화가 언제 시작됐는지, 서양화는 언제부터 소유욕의 대상이 됐는지 등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2만7,900원.


40년전 예견된 ‘코로나19 팬데믹’

■어둠의 눈(딘 쿤츠 지음, 다산책방 펴냄)=40년 전 코로나19의 출현을 예견한 소설 ‘어둠의 눈’이 한국어판으로 출간됐다. 사라진 아들 찾기에 나선 주인공이 중국 우한 소재 연구소에서 유출 된 바이러스 ‘우한-400’의 비밀에 접근해 가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인 딘 쿤츠는 스티븐 킹과 함께 서스펜스 소설계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초자연적 현상에서 빚어지는 특유의 분위기를 감동적 드라마와 연결지어 풀어내는 데 있어 귀재라는 평가를 받는다. ‘어둠의 눈’ 역시 공포와 서스펜스, 액션, 로맨스를 넘나들며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재조명받으며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뒤늦게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1만6,000원.



독문학자가 풀어주는 괴테 문학 최고봉

■불멸의 파우스트(안진태 지음, 열린책들 펴냄)=파우스트는 인문학의 정수가 되는 문(文)·사(史)·철(哲)을 아우르는 괴테 문학의 최고봉이다. 20대 괴테가 구상하고 80대 괴테가 완성한 이 책은 인류의 필독서라고도 불리지만, 어렵다. 모호한 상징과 비유가 넘친다. 괴테 스스로 생전 이 책에 대해 후세에 다양한 해석의 대상이 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이에 원로 독문학자 안진태가 나침반 역할을 할 책을 내놓았다. 저서 ‘불멸의 파우스트’는 괴테 문학에 대한 연구 기록물이다. 저자는 후대 연구자들이 이 책을 통해 괴테 연구를 위한 새로운 자극과 단초를 발견하길 바라는 동시에 일반 독자들도 시대를 초월하는 인문 정신을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4만5,000원.


홍콩 민주화운동 ‘희망·열망’의 기록

■나는 좁은 길이 아니다(조슈아 웡 지음, 프시케의 숲 펴냄)=“우리는 중국 공산당에 겁먹지 않는다.” 10대 학생 신분으로 홍콩의 민주화 투쟁인 ‘우산 운동’에 앞장 섰던 조슈아 웡이 쓴 책이 나왔다. 2014년 중고등학생으로 구성된 ‘학민사조’를 이끌며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웡은 홍콩 최고 책임자인 행정장관직선제 선출을 끈질기게 중국 정부에 요구하면서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된 인물이다. 그는 2013년부터 2015년 여름까지 써내려간 투쟁 일지를 공개하면서 오늘날 홍콩의 희망과 열망은 물론 불안과 공포까지 전한다. 그에게 정치란 ‘타협의 예술’이 아니라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바꾸는 예술’이다. 투쟁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희망이 보여서 계속 하는 게 아니라 계속해야 희망이 보인다.” 1만6,000원.


일본 최고 문학상 수상작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이마무라 나쓰코, 문학동네 펴냄)=‘보라색 치마’라고 불리는 여성이 동네에 산다. 언제나 보라색 치마를 입고 며칠씩 감지 않은 듯한 머리를 하고서 일 주일에 한 번 상점가에 나타나는 그녀는 모두가 아는 유명인이지만 모두가 모르는 척하는 사람이다. 책은 ‘보라색 치마’와 그녀와 친구가 되고 싶어 멀리서 바라보고 염탐하는 화자 ‘나’의 기이한 심리를 여성 작가의 섬세한 문장과 독특한 관찰력으로 써내려간 소설이다. 지난해 일본 문학계의 최고 영예인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으로, 읽는 이에게 묘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1만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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