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보다 일자리"…현대차 노조 달라지나

코로나 여파로 고용 안정성 위협
임금동결 대신 일자리 유지
노조 '獨 모델' 내부 검토 착수

산업통상자원부가 올 3월 자동차 생산과 수출이 각각 6.8%, 1.3% 증가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그러나 생산의 경우 지난해 3월 대비 2일 많은 조업일수, 수출은 미국과 EU의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되지 않아 4월부터 코로나19의 여파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투싼 등 완성차들이 대기하는 모습./울산=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임금 인상보다 일자리를 선택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적에 빨간불이 켜지고 고용 안정성이 위협받자 노조가 자발적으로 ‘임금 동결’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현실화한다면 지난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최초다.

17일 현대차(005380) 노조는 내부 소식지를 통해 독일 노사의 임금 동결, 일자리 보장을 골자로 하는 ‘위기협약’을 예로 들며 현대차 노사도 ‘일자리 지키기’를 위해 이 같은 안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노사는 지난달 체결해야 했던 올 임금협약을 연말로 연장해 사실상 올 임금을 동결했다. 대신 사측은 크리스마스 보너스와 휴가비를 12개월 나눠 분할 지급하고 근로자 1인당 350유로의 기금을 적립해 조업단축으로 생계가 어려운 근로자를 우선 지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공식적으로 사측에 제안하지는 않았지만 노사 협약을 위한 내부 의견 합의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금속노조의 중요한 축인 현대차 노조가 먼저 임금 동결을 전제로 협약을 언급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강성으로 분류됐던 현대차 노조가 지난해 8년만에 처음으로 무분규 임단협을 이끌어내며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노조는 코로나19 영향에 회사의 영업이익 감소가 심각하다며 올 임금협상이 지체되는 것에 회사를 대신해 조합원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최근에 노조는 언급 자체를 금기시했던 ‘혼류생산’ 시행 카드도 검토 중이다. 혼류생산은 기존 ‘1라인 1차종’이 아닌 ‘1라인 다차종’으로 생산하는 방식이다. 혼류생산을 하게 되면 시장 수요에 따라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그 동안 노조는 특근 등 공장 간 일감 배분 문제로 ‘혼류생산’을 반대했다. 노조는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고객의 기호에 따라 공장 생산량이 좌우되는 시스템 속에서 공장별 다차종 혼류생산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며 “합리적인 배치전환 문제를 비롯해 생산 시스템에 대한 정책적 고민을 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가 ‘일자리 지키키’라는 대전제로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는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용 대란의 불안감이 있다. 현대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들이 잇달아 문을 닫으며 지난달 판매량이 30만8,503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20.9% 줄었다. 감소 폭만 보면 2009년 금융위기 1월 이후 최대치다. 문제는 2·4분기부터다. 현대차 대부분 권역의 공장이 일시 폐쇄되며 매출 악화가 불가피하다. 이 같은 실적 악화가 장기화하면 사측에서는 고용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조업 축소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를 막기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여파로 국내 공장이 다시 가동 중단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임금동결 및 구조조정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선제적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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