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원유 ETN' 투자자 몰리며 괴리율 급등…중도상환땐 고수익 힘들어

■ '원유 레버리지 ETN' 투자 주의보
거래소 투자 과열에 규제 도입
감산합의에도 유가 하락세 여전
반등 시점 예상보다 늦어질수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국제 유가가 폭락하자 원유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이 주목받고 있다. 많은 투자자들이 폭락했던 국제 유가 반등에 따른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에 나서면서 기초자산인 국제유가를 기준으로 형성되는 순자산가치(지표가치)와 장내에서 거래되는 시장가격의 차이인 괴리율 급등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비정상적으로 괴리율이 급등한 종목에 투자해도 기대만큼의 고수익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의 가격은 전 거래일(종가 기준)보다 22.56% 하락한 3,020원에 마감하면서 괴리율이 전 거래일(14일)의 약 29%보다 5%포인트 가량 낮아진 24%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하루 동안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금액이 72억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았지만 유동성 공급자(LP)인 미래에셋대우가 이날 1,000억원 규모의 ETN을 추가 상장해 물량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상 ETN은 LP 역할을 맡은 증권사들이 보유한 물량을 토대로 지표가치에 매수·매도 호가를 내면서 시장 가격 조절이 이뤄진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급격히 늘면서 LP 물량이 소진됐고 증권사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도 물량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국제 유가가 주요 산유국의 감산 합의에도 하락세가 이어졌다는 점 역시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시세는 전날보다 배럴당 1.2%(0.24달러) 하락한 19.8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2002년 2월 이후 약 18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부진이 국제 유가 하락세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국제유가의 하락은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수요 부진의 문제였던 점을 감안해 하락 요인이 해소되지 못할 것이라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국제 유가의 반등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원유 레버리지 ETN 4종 중 나머지 3종은 거래가 16일 하루 동안 정지됐다가 17일 재개됐다. 한국거래소가 원유 레버리지 ETN 투자 과열을 막기 위해 5거래일 연속 종가 기준 괴리율이 30% 이상인 종목의 매매 거래를 정지시킨다는 규제를 8일부터 적용하면서 그 기준에 해당됐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해당 ETN 자산 가치보다 30% 이상 비싸게 투자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에 더해 한국거래소는 13일부터 원유 레버리지 ETN 4종 중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 30분 단위로 호가를 접수해 하나의 가격으로 매매를 체결하는 단일가 매매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장 종료 시 지표가치 기준 괴리율이 30%를 초과하면서 LP 보유비중이 20% 미만이거나 LP의 호가제출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시장가격이 지표가치와 큰 차이로 급등하더라도 투자자는 시장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을 거둘 수 없다”며 “투자자가 차익 실현을 위해 중도 상환한다면 발행사로부터 지표가치에 해당하는 금액만을 돌려받고 여기에 최대 5% 인 중도상환 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열 투자가 진정되면 높았던 시장가격은 자연스럽게 지표가치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품 특성과 코로나19에 따른 국제 유가 수요 부진, 괴리율 급등을 막기 위한 한국거래소의 규제 및 증권사들의 공급 확대 등을 감안하면 원유 레버리지 ETN에 막연히 고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하더라도 기대만큼의 수익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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