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교환 비율'을 아시나요?…'5부제' 아래 꿈틀대는 시장경제

코로나19 필수품 되버린 마스크
5부제 안착하며 시장 안정됐지만
개인 선호 반영한 물물교환 늘어
'브랜드 선호' 시장경제 당연한 흐름
"온라인 구매 수요 여전…5부제 유지"

서울 시내 한 약국에서 시민이 공적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폐의 역사가 시작되기 전 인류는 물물교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어 왔습니다. 이 물물교환은 몇 가지 조건이 성립돼야만 가능합니다. 우선 거래하려는 물건을 원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죠. 또 거래하는 물건에 부여된 가치에 양측 모두 동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거래는 성사될 수 없겠죠. 거래 당사자의 완벽하게 욕구를 만족하는 물물교환은 이론 속 이야기일 수는 있겠습니다만, 현대에도 여전히 물물교환은 중고제품 거래 등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미지의 바이러스와 마주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색다른 물물교환이 눈길을 끕니다. 잠시 물물교환을 원하는 글을 살펴볼까요. “아이가 부리형(마스크가 2단으로 접히는 제품. 입 부위가 새 부리처럼 튀어나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마스크만 쓰려고 해요. 부리형 마스크라면 어떤 제조사든 괜찮습니다. 채팅이나 댓글 주세요.” “웰킵스 블랙마스크 1매와 덴탈마스크 5매, 아에르의 경우에는 덴탈마스크 4매와 교환 원합니다.” 가족을 위해 마스크 확보에 나섰던 분들이라면 이 같은 글이 낯설지 않으실 겁니다. 중고거래로 유명한 중고나라에는 지난달부터 이달 17일까지 ‘마스크 교환’을 목적으로 총 1,900여 건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지역별 거래만 가능한 당근마켓에도 주기적으로 교환을 원하는 글이 뜹니다.

중고나라에 올라온 마스크 교환 글/인터넷 캡쳐

당근마켓에 올라온 마스크 교환 글/당근마켓 캡쳐

◇韓에서만 가능한 물물교환?=어찌 보면 ‘팔자 좋은’ 물물교환이라고 치부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미국이나 유럽 각국에서는 의료진조차 N95 등급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마당에, 한국에서는 ‘개인 호불호’를 반영해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이는 전국 130여 곳에 보건용 마스크를 제조하는 공장이 정상 가동되고 있으며 공적 마스크 제도, 이른바 ‘마스크5부제’로 수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전제 아래서만 가능한 물물교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당장 마스크를 살 수 없다면 어떤 것이라도 쓰지 않겠습니까. 2월 초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공포가 극에 치달았을 때 마스크 사재기가 불이 붙었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매일 800~900만장에 달하는 공적 마스크가 전국 곳곳에 공급되면서 이제 기본적인 욕구는 해소됐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욕구가 시작됐죠. “내가 가장 편하게 느끼는 마스크를 쓰고 싶다”는 개인적 바람 말입니다.


방역 마스크를 제작하는 람보르기니의 기술자들/연합뉴스

이처럼 특정 마스크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생기는 것은 시장경제 체제를 따르고 있는 한국에서 당연한 일입니다. 시장에서 어떤 물건의 가치가 새롭게 부여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느낌마저 듭니다. 사람마다 얼굴 크기도 모양도 다르니 자신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마스크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 이 현상의 가장 유력한 이유입니다. 특히 미취학 아동 같은 경우에는 공적 마스크로 들어오는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서, 양육자들이 더욱 신경 써서 아이가 불편하지 않는 마스크를 구하러 다니는 모습도 눈에 띕니다. (TMI①소형 마스크의 경우에는 블루마스크와 아이숲, 도부 등 부리형이 인기가 높습니다.) 여기에 웰킵스·미마·아에르 등 제조사가 직접 온라인에서 판매하며 쌓은 브랜드 인지도가 거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도 분석됩니다. (TMI② 웰킵스 마스크는 탄탄한 재질에 3단 마스크지만 2단처럼 입 부분이 튀어나와 있어 숨쉬기가 편하다는 점이 높게 평가됩니다. 미마마스크는 2단형에 장시간 착용해도 귀 뒷부분이 아프지 않다는 점, 아에르는 안경을 쓴 성인이 착용해도 김서림이 덜한 2단형이라는 점이 선호의 이유로 꼽힙니다.)

미취학 아동은 얼굴이 작아서 시중의 ‘초소형’ 제품조차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마스크처럼 2단으로 접히는 마스크를 편하게 느끼는 아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네이버 카페 캡쳐



◇‘내 거 2장을 네 거 3장으로 바꾸자’=특정 마스크에 대한 선호도는 ‘마스크 교환비율’로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앞서 언급한 미취학 아동은 3단으로 접히는 마스크보다는 입 부분이 새 부리처럼 접히는 2단 마스크를 쓰는 것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아 물물교환 시장에서 ‘귀한 몸’입니다. 극단적인 경우 3단 마스크 30매를 2단 마스크 20매로 교환했다는 경우도 눈에 띕니다. 대부분의 글은 10매(3단):15매(2단) 정도로 교환을 원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호흡이 상대적으로 편한 덴탈마스크를, 패션을 고려한 검정 마스크를 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마스크 판매 글은 아직 많이 눈에 띄진 않습니다. 정부가 감염병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린 2월 23일 이후 입장에 변화는 없기 때문입니다. 지역감염에 대한 우려도 여전합니다. 그런 만큼 언제든 마스크가 귀해질 수 있으니 ‘화폐’로는 팔지 않고 동일한 쓰임새를 지닌 ‘마스크’로만 팔겠다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독자 가운데 일부는 ‘마스크 물물교환’이 성행할 정도로 마스크 수급이 안정됐으니 이제 공적 마스크를 철회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이 물물교환은 안정적인 마스크 공급을 전제로 진행되는 거래라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여전히 각 마스크 제조사가 매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소량의 마스크는 1분도 안 돼 동이 납니다. 공적 마스크보다 매당 가격이 저렴할수록 인기가 높죠. 마스크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증거입니다. 코로나19 치료제가 개발되거나 정부가 공식 종식 선언을 하는 날이 오지 않는 한, 사람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구입할 것입니다. 하루 빨리 보건용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는 날이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