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제신용평가사가 멕시코의 국가신용등급을 연이어 강등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강력한 경기침체가 예상되는데다 국영 석유기업 페멕스의 위기까지 멕시코 경제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국가부도 상태에 이른 아르헨티나에 이어 멕시코까지 코로나19 이후 신흥국의 경제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멕시코의 국가신용등급을 ‘A3’에서 ‘Baa1’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등급전망은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무디스는 보고서를 통해 “멕시코의 중기 경제성장 전망이 매우 약화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피치도 지난 15일 멕시코의 국가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낮췄다. 지난달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내렸다. 이에 따라 멕시코는 3대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신용등급을 강등당했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멕시코는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5일 빈곤층 지원과 고위 공직자 급여 삭감 등을 포함한 경제대책을 발표했지만 경제계에서는 충분하지 않다며 크게 반발했다. 이미 지난해 0.1%의 역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코로나19 충격으로 더 큰 폭의 침체가 예상되자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멕시코 경제가 6.6%나 후퇴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로 인한 석유 수요 감소와 이에 따른 국영 석유기업들의 침체가 멕시코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1,050억달러(약 128조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페멕스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제유가가 18년 만에 최저치로 폭락하는 등 경영상황이 날로 악화하고 있다. 이에 무디스는 같은 날 페멕스의 신용등급을 정크(투기등급) 수준인 Ba2로 두 단계 낮췄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국가 경제위기와 페멕스의 계속되는 재정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 무디스의 설명이다. 피치도 이미 지난해 페멕스를 정크 등급으로 낮춘 후 이달에만 두 차례 추가로 등급을 하향했다.
앞서 피치는 16일 아르헨티나의 장기 외화표시 발행자 등급(IDR)을 ‘CC’에서 ‘C’로 내렸다. 국내총생산(GDP)의 90%에 해당하는 3,000억달러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채무 재조정 협상도 지연되며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멕시코까지 국가신용등급이 곤두박질치며 신흥국을 중심으로 ‘도미노 위기’에 빠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IMF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신흥시장, 프런티어 경제권은 퍼펙트스톰에 직면했다”며 신흥국이 해외 자금조달과 외부 차입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코로나19와 같은 갑작스러운 충격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