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24시]위기, 과신·무시 아닌 이성으로 극복된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매뉴얼의 日, 코로나 늑장대응은
감염 예방효과보다 '경제' 우선
의료 시스템에 과도한 자신감 탓
바르게 보고 행동해야 위기 극복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일본정부가 지난 16일 드디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긴급사태선언의 적용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5월의 황금연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이유 설명에서 알 수 있듯 코로나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일본정부의 인식 및 우려가 좀 더 확실히 나타난다. 7일 발표된 긴급사태선언에서는 도쿄도와 오사카부, 그리고 후쿠오카현을 비롯한 7개 도부현만이 긴급사태선언의 적용대상으로 지정돼 시민의 외출자제나 사람들이 밀집하는 시설의 휴업 등을 요청할 수 있었던 것인데 이러한 조치가 전국의 47개 도부현으로 확대된 것이다.

긴급사태선언을 가능하게 해 휴교나 외출자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신형인플루엔자 등 대책 특별조치법’의 개정 통과가 3월13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올림픽의 연기 결정이 일본에서 확진자 수가 1,000명이 넘어선 3월21일의 3일 후인 24일인 것이나, 긴급사태선언이 전체 확진자 수가 3,000명을 넘어선 이달 3일에 이어 도쿄에서의 확진자 수가 1,000명이 넘어선 6일이 지나서야 나왔다는 것은 일본정부의 조치가 매우 조심스럽고 뒤늦은 감이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하면 떠오르는 지진 등과 같은 재난재해에 준비가 잘돼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일본정부의 조치로서는 매우 미흡하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든다. 특히 한국의 경우 감염병의 위기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심각’으로 올린 것이 2월23일이었고 대구에서 확진자 급증 사태가 발생한 측면이 있지만 그에 대해서도 늦장대응이라는 비판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의 대처는 다소 늦고 미흡하다고 생각된다. 한국의 권위적인 ‘빨리빨리’ 문화에 대비되는 일본의 매뉴얼 중심적 ‘합의’ 문화라고 한다면 그만일지 모르지만 이웃인 일본의 이해라는 측면에서는 물론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앞으로 맞이하게 될 다양한 미지의 21세기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늦어진 이유를 간략히나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대처와 관련해서는 대체로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볼 수 있다. 첫째는 감염병 예방의 효과보다는 경제적인 영향을 더욱 고려했을 가능성이다. 많은 국가가 코로나19사태와 관련해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시에 있어 확산방지 효과와 그에 따른 경제적 여파의 사이에서 고민했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바다. 일본 역시 이 점을 고민하면서 경제적 여파에 대한 우려를 우선시했다고 볼 수 있다. 올림픽의 연기가 가져올 경제적 피해를 구태여 언급하지 않아도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올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여전히 문제시되는 아베노믹스의 성과에 영향을 미쳐 정권의 유지와 직결될 수 있기에 조심스러웠고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는 3월 초의 휴교령 결정에 대해 많은 반발이 있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비판의 일부는 그 결정이 아베 신조 총리의 독단이라는 점을 지적했지만 그 이상으로 맞벌이가 많은 일본에서 등교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누가 돌볼 것인가 하는 경제적 또는 생활적 측면에서의 문제 제기도 많았다. 경제적 측면에서의 고민과 관심이 적지 않고 결코 정치적 계산에 국한된 것이 아닌 생활의 실제적인 측면과 연관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둘째는 근거 없는 자신감 또는 자만심을 제시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가진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이 갖고 있는 기존의 의료시스템이나 대응체계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 또는 자만심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데 장애와 늑장 대응을 가져왔을 가능성이다. 이러한 근거 없는 자신감은 무엇보다도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사용이 무증상 확진자의 전파 가능성을 차단하는 주요한 기초적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철저히 수행하지 않고 봄철행사를 유지하다가 현재와 같은 많은 확진자를 보게 됐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이는 일본보다는 미국이나 유럽 각국에서 더욱 뚜렷이 나타나 결국에는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게 만들어 현재의 팬데믹 상황을 가져온 중요한 요인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근거 없는 자신감의 폐해에는 특별한 주의를 요한다고 하겠다.

위기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정념(正念)으로 올바르게 느껴 대응할 때 극복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마치 ‘페스트’의 파늘루 신부가 제시한 종교적 구원과 같이 위기에 효과적인 대응이라는 점에서 권위주의의 효용을 리더십과 혼동해 제시하는 논조도 나타난다. 위기는 이처럼 감성을 자극해 이성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위험한 것인지도 모른다. 바르게 보고 생각하고 행동하며 깨어 있는 것의 중요성을 코로나19 사태는 새삼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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