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질적 민주주의' 구호에 담긴 포퓰리즘 경계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제60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정치적·시민적 민주주의를 넘어 모든 국민의 삶을 보장하는 실질적 민주주의로 확장하는 것이 우리가 구현해야 할 4·19 혁명정신”이라며 ‘실질적 민주주의’ 실천을 역설했다. 실질적 민주주의는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정치·사회·경제적 평등을 보장하며 정치 참여가 확산된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절차적 민주주의’와 ‘정치적 민주주의’보다 더 진전된 개념이다. 국민 참여 정치를 확산시키는 한편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에 정부가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실질적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려면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법치주의라는 헌법 가치를 존중하면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우선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정치적 자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군중을 선동하거나 동원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두 번째로 경제적 평등을 지향하더라도 대중적 인기에 영합해 선심 정책을 펴는 포퓰리즘은 지양해야 한다. 세금이나 나랏빚을 동원해 국민들에게 돈을 나눠주거나 단기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근본 해법이 아니다. 약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재정 여건을 무시한 채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는 식의 지원을 한다면 오히려 경제위기 극복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당정청이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포퓰리즘 요소가 적지 않다. 남북관계 이벤트에 집착하는 안보 포퓰리즘도 되레 우리의 안보 방파제를 흔들리게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자리 지키기’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세금을 쏟아붓고 기업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해서는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다. 국민들이 잘사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면 규제 혁파 등 친시장 정책으로 경제를 성장시키고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 또 화려한 구호를 외치기보다는 협치와 국민통합을 실천하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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