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에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디지털화폐’ 모습. /웨이보 캡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유통 시험을 하고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최근 인터넷에서 인민은행 디지털 화폐로 추정되는 사진이 화제가 되자 이것이 실제 인민은행이 특정 지역에서 비공개로 시험 중인 디지털 화폐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20일 중국중앙(CC)TV 인터넷판에 따르면 인민은행 디지털 화폐 연구소 책임자는 “디지털 위안화의 연구개발 업무가 점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먼저 선전, 쑤저우, 슝안신구, 청두 및 향후 동계올림픽이 개최될 장소에서 폐쇄식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부단히 기능을 완성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이 구체적으로 특정 지역을 거론하면서 디지털 화폐 테스트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임자는 “통제 가능 및 익명성이라는 전제하에 상부 구조 설계, 표준 제정, 기능 연구개발, 연합 조정 테스트가 기본적으로 완료됐다”고 밝혀 디지털 화폐 준비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이뤄지고 있는 특정 지역에서의 테스트는 연구개발 과정의 일환이라면서 인민은행의 디지털 화폐가 정식으로 발행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테스트가 테스트 지역 밖 지역의 유동성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민은행 디지털 화폐 전자지갑 캡처 화면이 돌면서 화제가 됐다. 선차오 등 중국 매체들은 이것이 인민은행이 준비 중인 디지털 화폐용 전자지갑이라면서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선전, 슝안, 청두, 쑤저우 4개 도시에서 쓰일 것으로 보도했는데 이번 인민은행의 입장 표명을 통해 대부분 내용이 사실로 밝혀졌다.
중국은 이르면 내달부터 이들 4개 도시의 특정 구(區)를 선정해 많은 일반인에게 디지털 화폐를 지급하고 이를 해당 구역 내에서 대규모로 유통할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 매체 화이신쯔쉰에 따르면 쑤저우시 상청구는 5월 공무원과 공공기관 관계자들에게 교통 보조금 명목으로 디지털 위안을 지급할 예정이다.
비록 인민은행이 ‘내부 테스트’라고 규정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상당히 많은 시민에게 ‘디지털 위안’이 실제로 지급돼 구(區)급 행정 단위에서 쓰일 것이라는 점에서 실제 발행에 준하는 단계에 접어들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간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이 세계에서 블록체인 등 민간이 주도한 가상화폐와 다른 국가가 발행하는 법정 디지털화폐(CBDC)를 처음 발행하는 국가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당국자들의 공개 발언을 종합해보면, 인민은행이 발행할 디지털 화폐는 현금 통화를 뜻하는 본원통화(MO)의 일부를 대체하며 인민은행이 시중은행 등 운영기관에 먼저 배분하고 고객은 이들 운영기관을 통해 디지털 화폐를 받아 사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디지털 통화를 자국 내 현금 거래를 부분적으로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위안화 국제화 수단으로 활용해 ‘달러 패권’을 약화하는 것까지 추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